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문학과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원천이 되어온 <삼국유사>. <삼국사기>와 더불어 한반도 고대사의 양대 문헌으로 꼽히는 <삼국유사>의 역주 작업이 8년 만에 완결됐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장을병, 이하 정문연)이 1995년부터 시작한 역주 작업을 통해 <삼국유사> 전 5권 9편 중 지난해 ‘왕력(王歷)’편과 ‘기이(紀異)’편을 1, 2권으로 펴낸데 이어 이번에 ‘흥법(興法)’편과 ‘탑상(塔像)’편을 묶은 3권과 ‘의해(義解)’, ‘신주(神呪)’, ‘감통(感通)’, ‘피은(避隱)’, ‘효선(孝善)’ 등을 담은 4권, <삼국유사>에 대한 연구논문들과 앞 권에 대한 색인을 실은 5권을 펴냈다.
이 역주본의 번역은 국문학(황패강 단국대 명예교수), 고고학(강인구 정문연 명예교수), 불교사(김상현 동국대 교수), 고대사(김두진 국민대 교수), 미술사(장충식 동국대 박물관장) 등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맡아 전문성을 더했다. 역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자신이 번역한 내용을 발표하고 문답토론을 통해 자구 하나 하나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해설하기 위해 노력했다.
<삼국유사>에 대한 번역ㆍ주석서는 20여종이 나왔지만 대부분 번역에 중점을 두었거나, 주석을 병행한 경우도 국어사전적 주석이거나 한자어구 풀이에 그치는 등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역주 삼국유사>는 지금까지의 번역이나 역주본에 비해 내용이 가장 방대하면서도 최신 연구성과를 폭넓게 반영하고 있어 학술사적인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공동연구진은 지난해 국보로 지정된 규장각 소장 <삼국유사>(일명 정덕본, 1512년 간행, 국보 306-2호)를 저본(底本)으로 삼았으며, 그동안 발간된 역주본인 육당 최남선본(本), 두계 이병도본 이재호본, 민족문화추진회본, 북한의 리상호본 등을 주요 비교대상본으로 삼아 꼼꼼히 분석 검토했다. 특히 1975년 간행된 일본의 미시나 아키히데(三品彰英)본은 그동안 학술적으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우리나라의 연구성과를 담고 있지 않다는 결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위해 1900년대 초반의 연구성과부터 지난해 나온 논문의 내용까지 관련 연구성과 3천여 편을 참고했다.
<삼국유사>의 연대와 사실(史實) 등이 <삼국사기>와 다른 경우는 그 내용을 비교자료로 제시했고, 고유명사나 특수용어는 정덕본의 원문을 그대로 썼다. 매 권마다 책의 뒷부분에 원본(정덕본)의 영인본을 수록했으며, 5권에는 공동연구진들의 논문인 삼국유사의 서지적 고찰(김상현)과 사료적 성격(김두진), 고고학적 고찰(강인구)과 미술사적 고찰(장충식), 문학적 고찰(황패강) 등을 담았다.
공동연구 책임자인 강인구 교수는 “번역과 역주는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이면 충분히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고, 장차 영어로 번역될 것을 유념해 교과서적 문장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각 연구자의 문장을 통일하고 주석의 범위와 깊이에서 균형을 맞추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이 실무작업은 조경철, 문은순, 윤수희 씨 등 정문연 한국학대학원 박사과정생들이 맡았다.
역주 삼국유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지음
이회문화사
각권 2만~2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