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 문화 > 문화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사찰들
○…사찰은 더 이상 불자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예불과 기도 등 종교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인의 문화적 요구에 발맞춰 ‘지금-여기’ 문화 생산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많은 사찰들이 각자의 전통과 개성을 살린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행사를 준비, 양적ㆍ질적면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거움을 제공하며 사람들을 산문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 이처럼‘문화 포교’가 사찰의 새 코드가 되는 사회에서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사찰들을 소개한다.

■ 심곡암
북한산 예술축제 여는 심곡암

북한산 형제봉 사이에 자리잡은 심곡암. 말 그대로 깊은 계곡 속의 작은 암자 심곡암은 서울 시민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일상에 쫓겨 도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산사의 평안함을 제공하는 사찰. 이와 함께 각종 문화행사를 유치ㆍ기획해 불자와 일반인들 모두가 즐겨찾는 ‘자연 속 문화공간’이 바로 심곡암이다.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열리는 산꽃축제와 단풍문화축제가 심곡암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다. 봄꽃이 한창 아름다운 4월과 단풍이 가장 돋보이는 10월, 북한산 깊은 암자는 축제의 물결로 일렁인다. 축제의 중심은 불자 문화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산사음악회.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향연에 종교를 넘어서 모두 하나가 된다. 6번의 축제를 거치는 동안 심곡암 산사음악회 ‘마니아’가 생겨났을 정도다.

음악회만 치르는 축제는 눈길을 끌기 어렵다. 심곡암은 단순한 음악회에서 벗어나 선서화 전시와 다도시연 등의 행사도 함께 선보인다. 또한 무형문화재의 시조낭송과 대한불교소년소녀합창무용단의 노래, 승무공연 등 문화예술마당도 다채롭게 기획하고 있다. 불심과 자연, 그리고 예술이 어우러지는 축제다.

주지 원경스님은 “단순한 놀이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문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불법을 전하는 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앞으로 마련되는 축제에서는 불자 비불자가 어우러져 부처님 가르침을 새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02)914-8860

■ 미황사
지역 문화 축제의 대명사, 미황사

미황사는 땅끝마을 정취와 고찰의 미를 한껏 느낄 수 있어 남도 순례에 빠지지 않는 코스로 각광받아 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지역 문화를 이끄는 문화 포교의 선봉장으로 더욱 유명해진 사찰이다.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개최한 미황사 산사음악회는 지역민과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해, 매 회 500명 이상의 사부대중이 참석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기획부터 구체적인 행사 준비에 이르기까지 인근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해 지역문화 축제의 대명사가 됐다. 또한 괘불제, 탁본전 등의 문화체험 행사도 곁들여 찾는 이가 많다.

지역민을 위한 ‘어린이 한문학당’ 운영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한문 교육을 비롯해 인성교육, 참선, 다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병행해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높다. 특히 휴가철에는 타지역 주민들에게 한문학당 자원봉사 활동을 개방함으로써 지역간의 교류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내ㆍ외국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템플스테이 유치도 미황사 문화 포교의 한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사찰 체험 프로그램에 참석한 사람들이 ‘미황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성한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전라남도와 연계해 주말 산사체험프로그램을 상설 운영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주 5일 근무제 확대와 대학의 산사체험 프로그램 정식과목 채택으로 미황사의 템플스테이를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061)533-3521

■ 법련사
불교미술의 중심, 법련사

서울 종로구 사간동 경복궁 옆에 위치한 법련사. 화랑의 거리 인사동과 인접해 있고 국립중앙박물관도 곁에 두고 있는 법련사는 도심 속 문화사찰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1974년 개원한 이후, 산사의 닫힌 공간만을 떠올리던 시민들에게 ‘도심 사찰의 문화포교’를 제시해 온 사찰이다.

특히 법련사 내의 불일미술관은 96년 종교계 최초의 전문전시공간으로 마련되면서 불교미술품, 도예품, 시서화, 사진 등을 전시하며 주목받아 왔다. 또 일반 작가들에게도 대관하며 미(美)의 거리에 어울리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불자가 아닌 일반인도 자연스레 법련사와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불일미술관과 함께 법련사 내에 자리잡은 불일서점도 문화포교에 일익을 담당했다. 불서 전문서점이 없었던 84년 당시 문을 열어 20여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문서포교의 기초를 다져왔다. 이 밖에도 불일문화회관을 통해 정기적으로 태극권과 선무도 수련을 선보이기도 했고, 매주 주말 불일시민선방에서는 참선과 경전강의 시간을 마련키도 했다. 불교 문화 학습과 불교 문화 포교가 동시에 이뤄지는 모습이다.

법련사 주지 보경스님은 “종교는 문화의 옷을 입지 않으면 대중에게 다가설 수 없다”며 “미술과 출판, 다양한 문화 강좌 등을 이용해 도심포교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02)733-5322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3-10-08 오전 8:18: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