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상처가 너무 크다. 수재민은 말할 것 없고 전국에서 자원봉사자가 현장을 찾아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 작업에 나섰다.

이번 태풍으로 말미암아 문화재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태풍이란 자연의 위력 앞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겠지만, 해마다 찾아오는 태풍이므로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년도 사찰문화재 보수를 위한 예산이 지난해 수준(51억3천1백만원)으로 책정됐지만 한 사찰당 지원상한금은 6천만원이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수비가 수억대 필요할 수도 있는데 문광부가 사찰당 상한액을 6천만원으로 정한 탓이다.

문화재 보수를 사람의 몸에 빗대어 말하면, 환자를 치료하는 셈이다. 응급처리를 요하는 환자도 있고 꾸준한 장기치료를 요하는 환자도 있다. 또한 발견하여 치료하면 완쾌되고 비용이 적게 들 것을 때를 놓치면, 불행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사찰 문화재가 차지하는 문화재의 위상에 걸맞게 보수에 따른 예산은 무엇보다도 우선하여 충분하게 확보되어야 한다. 연구조사에 앞서 문화재의 보존 관리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우선해야 할 사업이 문화재를 현상대로 보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집안에서도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병원을 먼저 찾아 진단을 받지 않든가.

문화재 보수만을 위한 특별 적립금을 구축하자. 예산의 확보와 집행에 따른 회계절차에 구애됨 없이 응급처치부터 장기적인 처리를 위한, 그리고 예방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회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