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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가덕도 눌차마을로 들어가는 두 대의 배에는 부산보현의 집 가족 10여명과 대한적십자불교봉사회,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염불공양회 등에서 참여한 불자들로 가득 찼다. 모두 태풍 매미로 반파된 장애인 부부의 집을 복구하는 ‘희망의 집짓기’에 일손을 보태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하루 일당도 마다하고 자신이 가진 건축 기술로 ‘몸 보시’를 하겠다고 나선 보현의 집 입소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부산 강서구 천가동 눌차마을은 해일과 강풍으로 156가구 중 105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 마을에 살고 있던 김동수(41. 시각장애 1급)와 박신화(41. 척추장애 2급) 집은 매립지에 지어져 외벽에 금이 가고 내벽과 가재도구들이 물에 쓸려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지만, 장애를 가진 부부는 어디서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복구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가 딱한 사정을 알게 됐지요. 집 없는 고통을 겪어봤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고 싶었어요.” 일용직으로 일하며 부산 보현의 집에 살고 있는 김광태씨는 자신의 건축 기술이 김씨 부부의 보금자리를 만드는데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보현의 집 입소자들이 건축 기술로 봉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태풍 ‘루사’의 피해 복구에도 봉사에 적극 나서 화제를 모았었다.
전문기술을 가진 보현의 집 입소자들을 중심으로 6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희망의 집’을 짓는 망치질과 벽돌 쌓기를 시작했다. 지붕철거, 내벽 보수, 금이 간 외벽 보수 등 굵직한 일들은 보현의 집 입소자들이 맡았고 가재도구 정리, 자재 운반, 주변 정리 등은 봉사자들의 몫이 되었다. 깨어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지도 못하고 초등학교 5학년 아이와 보일러도 없이 밤을 보내고 있던 김씨 부부는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마을 전체가 피해를 입어 우리 도와줄 사람이 없어 막막했는데, 정말 꿈만 같고 너무 고맙고....” 부인은 말을 채 끝내지 못했다. “보일러도 새것으로 설치해 드릴게요. 너무 걱정 마시고 힘내세요.” 부인을 위로하는 보현의 집 입소자들의 말은 투박하지만 정겨웠다.
장애의 고통에 태풍의 고통까지 겹친 김씨 부부에게 희망을 전해준 ‘희망의 집’은 불자들의 땀과 정성 외에도 대한적십자불교봉사회가 121만원을 보시한 것을 비롯 안국사, 염불공양회, 일념회, 정심라이온스, 정진회 등의 보시로 지어졌다.
점심을 먹고 오후까지 이어진 ‘희망의 집짓기’는 짧게는 5일에서 길면 일주일을 훌쩍 넘겨야 하는 일이었다. 보현의 집 입소자들은 인근 초등학교에서 숙식을 하며 ‘희망의 집’ 짓기에 몰두했다. “가난의 설움, 보금자리 없는 고통을 알기에 내 집을 짓는 마음”이라던 보현의 집 입소자들은 ’희망의 집‘을 완공하고서야 가덕도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