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부는 차가운 바람이 따뜻한 차 한잔을 생각나게 하는 가을이다. 가족 혹은 지인들과 함께 차 한잔 나누기 좋은 계절에, 차를 좀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법을 알아본다.
□물 끓이기
찻물을 끓일 때는 100℃로 충분히 끓여준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소리가 점점 커지고, 조금 더 끓이면 소리가 잦아들게 된다. 이때 뚜껑을 열어 김을 빼준다. 이렇게 하면 물의 잡냄새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 잠시 후 뚜껑을 닫고 불을 줄여 약간 뜸을 들인다.
물은 수돗물보다는 생수가 좋고, 생수보다는 깊은 산속 바위 틈에서 나는 오염되지 않은 물이 좋다. 산사에서 마시는 차가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 우리는 순서
100℃의 끓는 물을 물 식힘 그릇(숙우, 熟盂)에 따르면 80~85℃가 된다. 물을 70~80℃로 식혀 차를 우려야 제 맛이 난다. 물을 식히지 않고 차를 우려 마시면 쓰고 떫은맛이 난다.
물을 식히는 동안 다관에 차를 넣는다. 1인당 2~3g이 적당하며, 5인 기준으로 할 때는 차 숟가락 가득 세 숟가락(밥숟가락의 4분의 3) 정도를 넣는다. 차를 넣은 다관에 식힌 물을 따른다. 물을 부은 후 너무 오래두면 차 맛이 진해져서 제 맛을 낼 수 없다. 적당히 식힌 물이라면 2~3분 정도면 충분하다. 물이 뜨거울수록 빨리 따라 마셔야 한다.
계절에 따라 차와 물을 넣는 순서가 다른데, 봄ㆍ가을에는 물을 다관에 1/3 정도 먼저 붓고 차를 넣은 다음 다시 물을 붓는다. 여름에는 물을 먼저 붓고 차를 넣고, 겨울에는 차를 먼저 넣고 물을 붓는다. 뜨거운 물을 다관에 붓기 전에 다관과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부어 덥혀 놓는 것도 좋다.
□차 보관방법
개봉한 차를 변질되지 않게 하려면 습도와 온도, 광선, 공기, 냄새 등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차는 냄새와 습기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뚜껑을 꼭 닫아 냄새가 나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섭씨 5℃ 정도의 냉장고에 밀봉해 두면 오래 보존할 수 있지만 냄새의 흡착성이 강하므로 냄새나는 음식물과 함께 보관하면 차 맛이 떨어지고 잡내가 나게 된다. 또한 화장기 있는 손으로 차를 만지면 차가 화장품 냄새를 쉽게 흡수하게 된다. 말차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차가 습기를 머금었다면 철사로 만든 체나 수 놓는 틀에 한지를 깔아 차를 붓고 약한 불에 고루 흔들어 말린다. 구수한 냄새가 나면 불에서 내려 식힌 후 차통에 담는다.
□다기 보관
구입한 다기는 찻물에 30분 정도 푹 끓여서 쓰는 것이 좋다. 흙 냄새를 없애고 깨끗이 소독하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 차를 마시고 난 후 다기를 잘 건조시켜 두는 것이 좋다. 장마철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다기를 중성세제로 씻으면 도자기가 세제를 흡수하게 되므로 금한다. 다 쓴 다기는 깨끗한 물로 헹구어 말려 놓는다.
□마시고 남은 차, 티백차 활용
차를 마시고 남은 찻잎이나 티백차는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
▷악취 제거
우려 마신 티백을 잘 말려 신발 안에 넣어두거나, 냉장고나 화장실에 놓아두면 악취를 제거할 수 있다. 가루차를 탄 물을 적신 수건으로 냄새가 나는 부분을 꼼꼼히 닦아 주는 것도 냄새 제거의 한 방법이다. 차 주머니를 만들어 장롱에 넣어두면 녹차가 습기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방습/방충제로 활용이 가능하다.
▷녹차족탕
심하게 피곤하거나 감기증상이 있을 때는 전신목욕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발목이 잠길 정도의 따뜻한 물에 가루차 2큰술과 왕소금 2큰술을 풀고 10분간 발을 담그면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좀과 발냄새가 심한 사람이라면 미지근한 물에 녹차를 진하게 우려낸 후 식초 두 큰술을 섞어 10분간 발을 담근다. 우려마신 티백제품들을 모아 망에 넣은 후 입욕제로 활용해도 좋다.
▷녹차 가글
녹차에는 입안을 청결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카네틴과 불소가 함유되어 있다. 티백이나 가루차를 우려낸 녹차물로 가글을 해 주면 입냄새 제거에 좋다.
▷녹차냉찜질
공부와 업무로 인해 얼굴이 붓고 눈이 피로할 때는 ‘차 얼음’을 이용한 찜질을 해 보자. 물에 가루차를 풀어 얼음 용기에 얼린 ‘차 얼음’으로 눈 주위를 지압하면 머리가 상쾌해진다.
▷화분비료
차 찌꺼기는 단백질과 아미노산, 무기질 등 식물에 필요한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특히 단백질 함량이 높아 마시고 난 티백을 그대로 화분 위에 얹어두면 천천히 분해되면서 화초나 나무의 좋은 비료원으로 활용된다.
<도움말 주신 분>
소안다도문화원 박필금 원장
다도 연구가 구자완
(주)태평양 설록차 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