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달아 밝은달아, 대낮같이 밝은달아아~! 어둠 속의 불빛이 우리들을 비춰주네에~!”
9월 27일 경기 양주 광명보육원 무하문화사랑방에 둥그렇게 모여 앉은 10명의 아이들. 꽹과리, 북, 징, 장구를 두드려 한바탕 소리몰이를 끝내는가 싶더니, 찰나의 정적을 뚫고 한 소리 굵은 음을 힘차게 부어 올린다. 소리가 내가 되고 내가 소리가 되는 지금 이 순간, 그들을 구속하고 규정짓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가난과 버림의 무게를 지고 보육원에 몸담게 된 아이들은 ‘나’를 드러낼 줄 모릅니다. 사물놀이로 어우러지면서 나를 얘기하는 법, 나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보육원을 찾아 사물놀이를 지도하는 무하문화사랑방 봉사단(단장 이근후).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근후 박사가 95년 ‘무하문화사랑방’이라는 문화공간을 지어 광명보육원에 헌증한 이래 9년째 이어온 ‘문화 봉사단’이다. 10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소고를 쥘 줄도 모르던 아이가 소고춤을 추고, 장구를 들지도 못하던 아이가 장구장단에 어깨를 들썩이게 됐다.
“장구 선생님, 징 너무 어려워요. 전 그냥 장구 칠래요.”
“지선이가 징을 제일 잘 치잖아. 지선이 실력 아니면 우리팀이 이만큼이라도 하겠니.”
사물놀이를 이끄는 장구선생님 장현숙(55)씨는 아이들의 숨은 엄마로 통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까지 함께 모여사는 이곳에 ‘평화로운 질서’를 심어준 사람이다. 초급반에서는 소고 춤사위를 가르치며 공동체 식구간의 호흡을 강조하고, 고급반에서는 악기연주를 통해 관계 속에서 나를 자신있게 표현하는 법을 가르친다. 부처님의 상생의 가르침이 사물놀이 한 판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난다.
이들의 ‘문화 봉사’는 사물놀이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문화인물들을 초청해 아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주선해 주기도 하고, ‘무하문화사랑방’을 예술인들의 전시공간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또한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글짓기와 독서 등을 끊임없이 장려해 와, 최근 경기도 내 원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창작 대회에서 여러 명의 입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문화봉사 프로그램 덕분에 아이들이 눈에 띄게 밝아졌어요. 보육원 아이들 얼굴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살아있는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됐지요.”
광명보육원 보육교사 이현애(28)씨 말대로 광명보육원 아이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덜하다. 그 맑은 얼굴이 마음으로 전해진 것일까, 몸과 마음에 병이 있는 신입 원아들을 대하는 태도가 나이답지 않게 의젓하다. 온몸에 부스럼이 오른 아이를 새로운 친구라며 소개하더니 볼에 쪽하니 입맞춤까지 전하는 광명보육원 아이들.
“매달 엄마봉사단이 아이들과 함께 목욕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맨살로 부대끼며 키우는 사랑만큼 더한 게 없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지요.”
목욕봉사로 엄마의 온정까지 전해주려고 하는 무하문하사랑방 봉사단의 마음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물놀이에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김덕수 사물교육원과도 교류를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는 보육원 내 공간들을 자연학습장과 채전밭, 공연공간 등으로 새롭게 꾸미고자 자금과 인력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전방위 문화봉사를 펴고 있는 무하문화사랑방 봉사단. 설레는 미래가 있어 기다려지는 봉사단과 보육원의 내일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