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 시주금의 뇌물 여부를 놓고 다시 치열한 법정공방전이 벌어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재판장 오세립)는 9월 30일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제3자 뇌물수수)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승가사(주지 상윤) 불사 시주금의 대가성 여부를 두고 변호인측과 검찰측의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변호인측은 이 전 공정위장이 순수한 목적으로 불사 시주를 권유했으며 최태원 전 SK회장도 청정한 불심으로 권유에 응했음을 주장하고 이 전 공정위장이 승가사 신도가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SK의 승가사 시주로 얻는 이득이 없음을 강조했다.
변호인측은 또 검찰이 자수감경의 법리오해 등을 주장하며 항소한 것에 대해 특가법상의 중형을 피하기 위해 검찰에 자진 출두, 공소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주장하는 등 검찰의 항소사실을 탄핵했다.
검찰(서울지검 금융조사부 부장 이인규)은 이에 대해 특가법상 중형의 법정형을 고려했다면 자수해 범죄사실을 시인하는 것보다 오히려 무죄를 주장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변호인측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그리고 변호인측은 김태복 장군 사건 등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시주금 뇌물둔갑 사건에 대해 불교, 개신교 등 종교단체들이 기부문화 권장에 대한 탄원서를 보내왔다며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공판 직후 채영수 변호사는 “3월 14일 이 전 공정위장과 최 회장이 회동했을 때 최 회장이 승가사 불사 시주에 대해 승낙한 것으로 안다”며 “2차 공판에서 최 회장이 증언해 주면 승가사 시주금이 대가성이 없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2차 공판은 오는 10월 21일 오후 2시에 속개되며 변호인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최태원 전 SK회장과 승가사 신도회 수석 부회장 김옥희 씨가 출석할 예정이다.
이 전 공정위장은 SK를 외압해 승가사에 10억을 시주하게 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항소했으며 검찰은 자수감경의 법리오해와 범죄사실에 비해 관대한 처벌 등을 이유로 항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