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스승에게 길을 묻는다. 고승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학술회의가 이 가을에 잇달아 열린다. 9월 22일 태고학회가 태고 보우의 ‘현대사회의 갈등과 태고사상’을, 27일 보조사상연구원은 보조 지눌의 ‘조선 중기 보조선의 영향’을, 30일 월정사와 탄허 문화재단은 탄허 대종사 열반 20주기 학술회의를, 30일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근대 불교계 홍월초와 봉선사 홍법강원’을, 29일 봉은사는 사명대사 관련 학술회의를, 10월 16일 성철선사상연구원은 성철스님의 ‘깨달음의 문화적 지평과 그 현대적 의미’를 통해 현대인에게 고승의 지혜를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탄허 스님의 화엄관은 이타행
“중생의 성불은 여래 출현으로 이어지므로, 적극적인 보살의 이타행이 중요하다.” 9월 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탄허 스님 열반 20주기 학술회의에서 동국대 해주 스님은 탄허 스님이 강설한 <현토역해 신화엄경합론>을 통해 “보광명지에 의한 사무량심의 전개인 십바라밀은 닦아도 닦음이 없이 닦는 깨달음 후의 닦음인 화엄수행으로, 탄허 스님은 화엄 수행을 참선하는 법으로 간주하여 선교를 회통시켰다”고 탄허스님을 재조명했다. 윤창화(민족사 대표) 씨는 “탄허 스님이 평생을 통해 전개했던 불사는 불전역경과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었다”고 스님의 업적을 요약했다. 윤 씨는 “전통강원의 텍스트로서 선의 사상적 바탕이 되는 중요한 경전을 교학적 입장보다는 선의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현토번역해 후학의 학문연구에 지침이 되었다”며 “그 이면에는 스승 한암의 유촉과 인재양성, 경전의 원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불제자로서의 사명감과 강한 의지력이 그 뒷받침이었다”고 해석했다.
△ 보조 지눌의 사상은 조선 중기 사상계를 움직여
“지눌의 사상은 조선 중기 사상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보조사상연구원 제52차 월례발표회에서 전북대 이창구 교수는 “서산은 지눌의 돈오점수 사상을 이어 받아 당시 선학자들과 교학자들의 경통을 지적, 조선 중기 시대적 상황을 해결하는 길을 마련해주었다”며 “돈오만을 강조해 수행을 게을리했던 선학자들에게 돈오 이후 깨침을 이루는 점수의 필요성을, 선가에의 깨침을 믿지 않고 방편에만 집착한 교학자들에게는 내 마음이 곧 부처라는 돈오의 사상을 통해 퇴불심을 없애주었다”고 주장했다. 또 “보조 지눌의 돈오점수, 선교회통, 간화경절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선사상”이라고 부연했다.
△ 월초스님 등 고승에 대한 연구 필요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의 월례발표회에서 한동민(중앙대 강사) 씨는 ‘근대 불교계 홍월초와 봉선사 홍법강원’을 통해 “동국대 전신 명진학교의 초대 교장이었던 월초 스님은 일제시대 ‘일본을 따라 배우자’는 일각의 움직임과 산속에서 속세를 등졌던 스님들과 달리 한국불교의 낙후성을 인정하고 포교 등 일본의 선진화된 부분은 배우자는 합리적인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조선시대 마지막 도총섭(조선시대 최고의 승직)으로서 일본인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고승의 권위를 지녔고, 전 재산을 시주해 ‘홍법강원’을 만들어 후대 양성과 교학 발전에 이바지했다”며 “운허 이학수와 운암 김성숙 등 독립운동의 족적을 남긴 이들의 실질적인 스승이었던 월초스님의 사상적 기저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라고 월초스님을 조명, 고승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