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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세상보기> ‘정명(正命)’과 주5일제
최종석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필자는 15년 전 독일의 볼푸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 바겐 자동차공장에서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독일의 노동자들과 똑같이 현장에 투입되어 조립라인에서 일했다. 당시 아르바이트 학생으로서 공장에서 기름때를 묻히며 느낀 점은 작업시간의 효율적 분배와 생산라인의 인체공학적 배려가 일의 능률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작업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독일인들의 직업의식이 놀랍고 부러웠다. 이미 그 당시 독일에서는 주 5일제 근무를 실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말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가족과 함께 여가시간을 보낸다. 또한 자기 계발을 위해서 취미활동에 열중한다. 역시 좋은 제품은 인간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단순히 노동시간이 길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하고, 노동시간의 합리적인 분배, 노동자들의 작업의욕과 창의성의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현재의 노동시간이 짧아지고, 주5일제 근무로 바뀐다고 해도 생산성은 오히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의식에 달려있다. 독일인들은 자신의 직업(Beruf)을 신이 자신에게 내려준 것이라고 믿고 있다. 철저한 소명(召命)의식을 갖고 일한다.

우리 불자들에게 있어서 주5일제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우리는 부처님의 제자이고 부처님을 닮으려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일하는 것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부처님을 따르고 올바른 버릇을 키우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부처님을 닮아 가는 길인 팔정도에서 정명(正命)은 우리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그 대답을 하고 있다.

진리에 비추어 이루어진 올바른 행위는 당연히 바른 생활을 하게 되며, 바른 직업을 통해서 바른 의식주를 영위하게 된다. 정업이 개인적인 차원의 의미가 강조된 행위라고 한다면, 정명은 사회 안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강조하는 성격을 갖는다. 각자의 생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만의 생존을 위해서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루에 모자를 백 개 만드는 사람이 그가 만든 모자를 자신이 모두 쓰고 다니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쓰고 다닌다. 사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모자를 만드는 것이다. 왜 일을 하는 것인가? 이웃에게 서비스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생활 속에서 연기법을 깨닫고 사는 것을 정명이라고 한다. 주말의 여가시간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정신없이 개미처럼 일만 하는 생활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개미는 다른 곤충들이 먹어야 할 것까지 다 걷어들인다. 개미의 부지런한 모습이 모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개미는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서 일하는 욕심꾸러기다.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을 보자. 그들은 매일 귀가 길에 꽃을 사들고 불전에 봉헌하는 것으로 하루의 생활을 마감하고 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금분을 사서 불상에 입힌다. 이런 삶을 최고의 행복으로 삼고 있다. 부처님이 생활의 중심에 계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지금껏 물질을 우리 삶의 중심에 놓고 살아왔다면, 다시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고 부처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겠다는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할 것이다. 주5일제를 받아들이는 불자들의 자세는 바로 여기에 있다.
2003-09-23 오후 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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