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Warnerbros. Amimation)

“미국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활용할 좋은 문화원형 소스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호주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공개 이야기대회를 개최했지요. 그때 선정된 아이디어가 바로 무차루차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의 소스가 되었고 지금도 무차루차는 전세계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한국은 반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문화원형들을 활용한다면 좋은 소재가 될 것입니다.”

지난 9월 4일 허리우드 인근 셔몬옥스(Sherman Oaks) 갤러리아 몰에 위치한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Warnerbros. Amimation)사를 방문했을 때 마케팅 당당 프랭크 케이팅(Frank Keating) 부사장이 들려준 일화다.

루니툰(looney Tunes) 상표의 캐릭터로 유명한 벅스바니(Bugs Bunny), 트위티(Tweety), 대피덕(Daffy Duck) 등을 개발한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사. 영화 배급회사인 워너브라더스사의 애니메이션 부서가 독립해 만들어진 이 회사는 1960년대 만든 스쿠비두(Scooby-Doo)를 비롯해 슈퍼맨(Super Man), 스태틱 쇼크(Static Shock), 무차루차(Mucha Lucha) 등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TV 방영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모회사인 워너브라더스사와 함께 AOL 타임워너그룹에 속해 있으며 본사 직원만도 500명 넘는다. 미국에서는 미국적인 캐릭터로 가장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사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동안 개발한 대표적인 캐릭터들과 방패와 W, B를 형상화한 워너브라더스사의 마크가 한눈에 들어왔다. 누가 설명해 주지는 않았지만 이들 캐릭터들은 이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대변해 주는 듯 했다.

마케팅 담당 사원인 니아(Leah) 양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공정대로 부서를 자세하게 소개해 주었다. 기술의 외부유출을 고려해 회사의 핵심 부서를 소개하지 않은 디지털도메인(본지 437호 소개)과는 대조적이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부서는 바로 기획부서. 일반 회사와 같이 칸막이로 일하는 공간을 나누어 놓았지만 칸막이 곳곳에는 캐릭터의 초기 드로잉 작업물과 사원들이 제안한 기획서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이에 대해 니아 양은 “사원들이 직접 잡지나 책, 리서치 자료, 브레인스토밍 등으로 얻은 아이디어들을 동료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며 “일종의 자유 게시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원 스스로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소중히 여기는 회사의 경영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사는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 가운데 기획단계를 상당히 중요시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실제로 기획부서에서는 1년에 1300개~1400개의 프로젝트들이 제안되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1개 내지 2개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제안되면,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이며 미국의 문화를 포함한 멀티플 스토리를 가졌느냐를 전 부서 임원들이 몇 단계에 걸쳐 엄격하게 심사해 작품을 선정한다고 니아 양은 전했다. 철저한 사전 기획과 비즈니스로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경영진의 판단이 세대를 가리지 않고 미국인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좋은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비결임을 알 수 있었다.
창작관리부 크리스토버 키난(Christopher Keenan) 선임 부사장은 “우리 회사의 장점은 애니메이션의 전체 공정을 잘 알고 각 부서별 업무 조율을 잘 하는 능력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과 독특한 아이디어가 많다는 것”이라며 회사를 소개한 뒤, “최근에는 외국 문화, 그 가운데서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문화원형 가운데 좋은 아이디어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기획부서에 이어 창작관리부, 2D 제작 부서, 장비를 담당하는 부서, 마케팅 부서를 차례대로 방문했다. 특히 제작부서에서는 아비드 등 대형 장비를 이용해 실제 어떻게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지 시현해 주었는데 “와 이렇게 만들어 지는구나”하는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콘텐츠는 한 가지 소재가 어려 분야에 적용된다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Multy Use)의 특징을 가진다.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사는 원소스멀티유즈 효과를 톡특히 보고 있다. 자신들이 개발한 캐릭터를 활용해 팬시, 문구, 게임, DVD 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사는 앞으로 그동안 축척해 놓은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온라인 게임 등 인터넷 비즈니스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