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역사가들은 역사연구의 종착역은 ‘시대구분’에 있다고 말한다. 시대구분이 종착역이라면 시대와 시대를 이어주는 역사의 전환기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9월 22일 한국불교미술사학회(회장 문명대)가 주최한 제8회 학술대회 ‘고려후기 전환기의 미술’은 고려의 귀족문화와 조선의 서민문화를 잇는 전환기 미술의 의미를 살펴보는 자리였다. 당시의 미술을 도자, 금속공예, 석탑, 건축, 조각, 회화, 불화 등으로 구분해 삼국~통일신라, 통일신라~고려로의 전환기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고려~조선으로의 전환기 미술을 집중 조명했다.
이날 발표 가운데 최응천(국립춘천박물관) 관장은 ‘고려후기 금속공예’을 통해 “범종, 사리구, 금강저, 금강령 등이 원의 지배, 장인사회의 피폐, 전통의 단절이라는 불안정한 시기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외래적 자극에 힘입어 분야별로 나름대로의 중흥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최 관장은 “특히 범종은 원나라 장인에 의해 제작된 연복사종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범종 양식은 큰 변화를 맞는다”며 “이는 이후 제작되는 조선 초기 종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고려 후기의 종은 중국종의 영향에서 한국 전통양식이 혼합되어 새로운 조선시대 종으로 정착을 이루어 나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전통종 양식이 조선초기까지 계승된 점은 조선 중기 이후 중국종과의 혼합을 이룬 혼합형종과 전통형종을 고수한 두 가지 범종양식으로 정착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고려 후기 전환기 범종의 역사적 의미를 고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