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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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책의 한글판본들만 모은 책나와
‘고서(古書)’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한자가 빼곡히 들어찬 책들만 ‘고서’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국출판학회 명예회장이자 출판사 ‘범우사’ 대표 윤형두 씨는 ‘한자만으로 인쇄된 옛 전적은 어딘지 중국책 같다는 생각이 들어’ 40여 년 간 한글본을 수집해 왔다. 이번에 펴낸 <옛 책의 한글판본>은 윤 씨가 모은 옛 문헌들 중 한글본 36종만을 가려 담은 책이다.

고서를 그것도 한글본을 수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한자본에 비해 한글이 들어있는 언해본은 숫적으로도 적을 뿐더러 몇 배 씩이나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었던 것이다. 왜일까?

훈민정음이 반포된 조선 초기에는 <용비어천가>나 <월인석보> 등 한글본이 간행되었고, 세조 때는 간경도감에서 <능엄경>, <원각경>, <화엄경> 등 불서를 한글로 펴냈다. 그러나 그 후 왕실이나 관(官)에서 한글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행히 언해본의 명맥을 이어온 것이 바로 사찰에서 간행한 포교용 불교서적이다. 이 책에 소개된 36종의 한글본 중 불경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임진왜란 등을 거치며 더욱 주춤해진 한글 보급은 1900년대 말인 정조 때에 이르러 활발해지기 시작해, 용주사판 <부모은중경 언해본>(1796년)과 <오륜행실도 언해본>(1797년) 등이 간행되기도 했다.

“한글은 세계 어느 나라 문자와도 닮지 않은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는 윤 씨는 “간편하면서도 정밀한 한글의 창제는 세계 문자역사에 있어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한글본을 수집하며 한글 사랑은 곧 우리 민족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일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 책에 대해 김두식 교수(혜전대학 출판미디어과)는 “그동안 한글의 생성과 변천에 대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흔치 않았는데 <옛 책의 한글판본>은 바로 그 간극을 메워줄 책이다”며 “책에 실린 문헌 사진들은 한글의 변천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평가한다.

책에서는 간경도감에서 간행된 최초의 언해본인 <능엄경언해>(1462년)와 통도사 판본 <불설대보부모은중경언해>(1648년), 밀양 표충사에서 간행된 <불성아미타경언해>(1904년) 등 한글이 담긴 옛 문헌 36종을 사진과 함께 연대순으로 엮어놓아 고딕체에서 해서체를 닮아가는 글자체와 ‘아래 아(·)’의 사용 변화 등 한글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다.

옛 책의 한글판본
윤형두 지음
범우사
9천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3-09-17 오전 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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