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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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듣던 풍경소리 이제 다시 보노니'
이 책은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길상사의 경내 풍경을 잠언 형식의 짤막한 글과 사진으로 엮은 것이다. 그래서 얼핏 책장을 넘기면 길상사 개인 사찰의 홍보 책자로 치부해 버릴수도 있겠지만 꼼꼼히 읽어나가다보면 그런 기우가 이내 사라짐을 느끼게 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단순히 길상사라는 한 사찰의 전각들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길상사의 건축물들이 현대 불교미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도심 포교당의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낙성대 인근의 산비탈에 자리 잡은 길상사는 겉으로만 보면 사찰인지 일반 주택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일주문도 불탑도 보이지 않는데다 건물의 외형조차 장방형의 다가구 주택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원스레 넓은 철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모자이크 벽화에 부처님과 불탑의 형상들이 들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사찰에 웬 서양의 모자이크? 다소 부조화적인 발상이지만 도자기 파편이나 돌, 석회석 조각들이 불교적인 주제로 잘 버무려져 하나의 퓨전 건축물들을 이루고 있다.

특히 도예가 변승훈씨가 제작한 이 벽화에는 몸을 약간 돌린 상태에서 한쪽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턱을 괸 손의 팔꿈치를 올려놓고 있어서 마치 석굴암 주실의 감실에 있는 미륵보살상을 연상케 한다. 깔끔하고 정돈된 법당 내부의 천장에 매달린 목어나 금시조는 강한 대조를 이루며 공간 활용을 조화롭게 해준다. 모자이크 만큼이나 파격적인 시도가 화려한 채색을 배제한 대신 선묘(線描)로만 이루어진 불화이다. 이 책을 통해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의 건축 양식이 뒤섞여 있는 길상사가 분명 현대불교미술의 색다른 시도이자 출발점이라는 것을 목격할 수 있게 해 준다.

예듣던 풍경소리 이제 다시 보노니
이지누 글ㆍ그림
길 사
1만3천원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09-17 오전 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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