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의 3천배가 계속되고 있다. 9월 16일 현재, 35일째다.
추석연휴에도 외로운 3천배는 멈추지 않았다. 태풍 매미가 불어닥친 12일 밤, 잠시 절을 멈춘 것을 제외하곤 천성산의 생명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한 지율스님의 절박한 몸짓은 계속되었다. 무릎관절은 벌써부터 부어오르고 절을 할 때마다 고통이 다시 찾아오지만 스님의 3천배는 기도이고 정진이며 천성산 생명들에게 전하고픈 희망의 몸짓이기도 하다.
지율스님은 부산시청앞에서 3천배뿐 아니라 천성산을 살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도 진행중이다. 3천배 틈틈이 천성산보존대책위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매주 토요일마다 '생태를 위한 어슬렁 달리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서명' '인터넷를 통한 홍보활동' 등도 벌이고 있다.
또한 지율 스님은 고속철도의 천성산 통과 반대를 위해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부장관과 문화관광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낸다는 방침이다. 천성산 일대에는 갖가지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데, 고속철 공사 계획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문화재 보전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지율 스님은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편지가 담긴 동영상 시디(CD)를 보낼 계획이다. 그 시디에는 천성산의 아름다움과 천성산을 지키기 위한 지율스님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담았다. 스님은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출마시, 천성산 관통을 백지화하겠다고 할만큼 관심을 보였다"며 "시디를 통해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천성산의 문제를 다시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3000배 시작 28일째 되는 날 지율스님이 쓴 편지다.
"오늘 절을 하는데 시청 앞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화단에 날아온 산제비나비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비록 길지 않은 한 달이었지만 이 거리의 기도는 쉽게 끝이 날 것 같지 않고, 연일 계속되는 불볕 더위 속에서 제 의지와 상관없이 제 육체적 한계는 나날이 소진하여 가고 있습니다. 혹자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폭풍우 치는 바닷가의 작은 판자집으로 비유합니다. 그 폭풍우란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불신과 부조리의 다른 이름이며 작은 판자집이란 생명과 진실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됩니다. ..... 중략
주인집 문전에서 얼어죽은 개는 한 나라의 멸망을 예고한다고 하였습니다. 아픈 국토에 대한 사랑과 생명에 대한 서원으로 시작된 이 기도의 응답을 훗날 우리 후손들은 역사라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한편 지율스님은 20일과 21일 '생명을 위한 토론회'를 조계암에서 갖는다. 천성산보존대책위, 녹색평론, 습지와 새들의 친구 등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려는 이들이 전국에서 참석해 생명에 대한 대안을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