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첫 승병부대 지휘자였던 기허당 영규대사를 기리는 행사가 다채롭게 준비되고 있다. 기일(음력 9월 14일)을 전후해 공주 갑사, 옥천 가산사 청주 등 인연지에서 열리는 추모 행사는 대사의 호국정신을 기리고 그간 조명되지 않은 8백 승병들의 청주성 탈환과 금산성 전투 등 활약상을 재조명 하는 등 무게 있게 준비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4일 조계종 중앙종회는 영규 대사와 8백 승병의 순국충혼위령탑 건립을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간 영규 대사를 정점으로 하는 8백 승병의 활약상이 학계는 물론 불교계에서도 그리 비중 있게 조명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헌과 7백 의사들의 무덤인 칠백의총은 사적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지만 함께 전투에 참가했던 승병들에 대한 기념물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마당에 불교계가 영규 대사의 호국정신을 기리고 위령탑과 기념관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오랜 세월 역사의 뒤안길에 가려져 있던 찬란한 보물을 드러내는 일이다. 학계는 영규대사의 정신과 승병들의 활약상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인연 있는 사찰은 영규대사와 8백 승병들을 기리는 불사와 행사를 꾸준히 전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뜻깊은 불사는 한국불교 전체가 함께 할 때 더 빛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종단과 종파를 초월해 한국불교의 모든 구성원이 동참할 때 비로소 오랫동안 조명 받지 못했던 ‘역사’가 보다 분명하게 다가 올 것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차원에서 영규대사 현창 사업에 대한 방안을 논의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