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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만에 대승불교의 꽃으로 만개한 대만 불교의 정신적 지주. 세계 각지에 200여개의 불광산사 분원을 건립하고 100여개의 국제불광협회 지부를 통해 '인간불교(人間佛敎)'의 이상을 실천하고 있는 세계적 고승. 9월 15일 오전 10시 해인사에서 법문하기 위해 12일 방한한 성운 스님(대만 불광산사 개산종장)를 서울 불광산사(주지 의은)에서 2년만에 친견하고 불교언론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운 스님은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면서 “불교가 세계를 이끄는 사상이 되기 위해 불교국가들이 포용력을 갖고 함께 보조를 맞춰 나가자”고 말했다. 다음은 간추린 일문일답.
▶15일 해인사를 방문하는 목적과 한국 불교와의 교류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과 대만은 같은 북전(北傳) 불교의 전통을 잇고 있는 형제 불교국가입니다. 20여년 전부터 여러번 방한한 적이 있는 저는 통도사와 자매결연을 맺었으며, 한중불교교류회장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양국 불교계는 상호교류를 통해 불교 현대화에 앞장서야 합니다. 이를 통해 불교의 인간화, 사회화를 앞당겨 인간정토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대만 불교는 사회복지 등 중생구제에 모범을 보이고 있는데, 사회봉사와 수행의 간격을 메꿀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요?
“불교 홍포가 바로 수행입니다. 불교는 신앙불교, 의식불교, 기복불교로부터 실천불교로 나아가야 합니다. 대승불교는 개인의 해탈과 함께 중생구제를 동시에 중요시 합니다. 세계 100여국 170개 협회를 둔 불광회는 참선과 절, 보시를 강조하면서 내적인 수행과 가정의 안녕, 중생의 이익을 모두 수행의 연장으로 여기고 잇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임제종 제48대 법맥을 잇고 계십니다. 한국 조계종과 중국 임제종은 각각 어떤 특징을 갖고 있습니까?
“선종의 다섯 갈래 가운데 임제종은 한국 조계종과 연원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전해져 오는 많은 공안으로 간화선을 닦고 잇습니다. 이 공안은 ‘왜?’라는 물음표만 있어도 수행이 가능합니다. ‘밥을 왜 먹나?’ 등 간단한 문제라도 깊이 생각하면 큰 문제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 참선 방법은 여러 방편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마음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어제 대만에서 출발할 때, 제자들에게 한 가지 문제를 주고 돌아갈 때까지 답을 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아미타불은 극락에 계시다고 하고, 약사여래불은 유리광세계에 머문다고 한다. 그렇다면 석가모니불은 어디에 계시는가?’ 이런 질문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이에 대해 상적광세계 또는 허공법계, 심지어 마음 속에 계신다고 말할 것입니다. 다 맞지만 정확한 대답은 아닙니다. 부처님과 내 마음이 진실로 하나라고 믿으십니까? 이처럼 공안 뿐 아니라 간단한 질문 조차 대답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여기에 답을 달라면 저는 ‘석가모니불은 우리 느낌 속에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 잠을 잘 때도 부처님이 계시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옆에 계신 것입니다. ‘인간불교’는 부처와 같이 생활하는 것입니다. 생활 가운데 부처가 있으니, ‘현대불교’입니다.
▶불광지부를 전 세계에 설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에는 교통이 불편해 인도 전체에 널리 전법하는 데도 힘이 들었지만 이제는 불교를 세계 각지로 전하기 쉬운 시대입니다. 세계평화는 한 나라의 것이 아니라 모든 세계의 것이기에 법수(法水)가 오대양 육대주로 흘러야 합니다.불광회는 사람들간의 화합, 사회 및 국가간의 관계유지와 우호증진,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평화통일의 가능성은 없는 것입니까?
“<삼국지> 서문에 ‘세월이 흐르면 천하는 흩어졌다 합해지기 마련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계는 바야흐로 평화 공존과 통일의 시대입니다. 민족이 분단되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반드시 통일이 이뤄질 것입니다. 모든 정치가들이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큰스님께서는 ‘21세기가 아시아의 시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교는 세계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까?
“방금 질문한대로 ‘걸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의 강택민 주석이 ‘세상과 함께 발걸음을 같이 한다’고 한 표현과 같습니다. 불자들이 태허(太虛)를 품는 포용력있는 마음으로 새로운 시기에 협력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 1월 불광산사에서 부처님 치아사리를 모시는 불타기념관 착공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치아사리를 모신 의미와 불사 진척 상황은 어떻습니까?
“치아 사리는 기록에 의하면 1과는 중국 영광사에, 1과는 스리랑카에, 1과는 천상에, 1과는 티베트에 모셔져 있었습니다.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 스님들이 사리탑을 건립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불광산사에 여법하게 모시게 된 것입니다. 불광산사 인근에 12만여평의 부지를 매입해 기념관을 건립할 예정이며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됩니다. 불타기념관을 건립하면 불자들이 더욱 신심을 갖고 불교공부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대만 불광산사를 가 본 이들은 환희심에 젖어 이 땅에 정토가 실현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불광산사의 신도들(전세계 100만여명 추산)은 큰스님을 석가모니불의 화신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불광산사를 둘러보고 개인적으로 아미타불의 화신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큰스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사람이 다 부처아닌가요?”
< 성운 스님은>
1927년 중국 강소성 강도(江都)에서 태어난 스님은 12세때 의흥(宜興) 대각사에서 지개(志開) 법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1941년 서하산(棲霞山)에서 비구계를 받고, 서하율학원, 초산(焦山) 불산불학원에서 수학한 뒤 임제종 48대 법맥을 이어받았다. 이후 백탑초등학교 교장, <노도월간(怒濤月刊)> 주간, 남경 화장사 주지를 역임했다. 1949년 대만으로 건너온 스님은 1950년에는 <인생월간>을 편집하고, 1952년 의란 뇌음사에 염불회, 홍법단 등을 조직하고 포교사업의 기초를 닦았다. 스님은 1967년 고웅현 대수향에 불광산을 세우고 수산불교학원, 중국불교연구소, 불교문물진열관, 불광정사(양로원), 대자육유원(고아원), 불광출판사, 불교진료소 및 보문중고등학교 등의 포교 및 복지기구,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1991년 타이뻬이 국부기념관에서 불광협회를 창립, 승속이 합심해 삼천대천 세계에 불광(佛光)이 두루 비치고, 오대주(五大洲)에 법수(法水)가 흐르게 하자는 '인간불교 및 인간정토' 건설을 발원했다. 4개의 종합대학(남화대학, 불광대학, 미국 서래대학, 호주 남천대학)과 13개의 불교대학, 불교위성TV와 불교일간지(인간복보), 불광의료원, 22개의 도서관, 8개의 미술관 등 단일 사찰로는 세계 최대의 포교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성운스님은 인간세상에 정토를 구현하기 위해 오늘도 설법과 자선사업을 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