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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자원봉사활동을 해본다는 김 모(21)씨. 손수 장만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어르신들 모습에 신바람이 난다. 쟁반 가득 담긴 갈비탕 그릇이 솜털처럼 가볍다.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살아가던 이들이 한가위를 맞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미아동 자율운영위원회와 88번지부녀회는 9월 8일 쓸쓸한 명절을 맞고 있는 서울 성북노인종합복지관(관장 정성욱) 어르신들을 찾아 점심공양 자원봉사 등을 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가졌다.
‘윤락촌’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복지관과 성북구의회의 도움으로 자율운영위원회, 88번지부녀회가 팔을 걷고 나선 것. 복지관 정성욱 관장은 “장기불황 등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이들이 봉사활동을 위해 복지관을 찾은 것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며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음과는 달리 처음 하는 봉사활동이라 88번지부녀회원들에게는 서툴고 어색하기만 하다. 결국 박 모(23)씨가 음료수를 엎지르는 사고(?)를 쳤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박 씨에게 어르신은 “괜찮아”라며 밝게 웃는다. 박 씨도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적막감만 흐르던 복지관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난다.
1천명이나 되는 어르신들에게 점심공양을 대접하는 부녀회원들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힘들지만 내색할 수가 없다. “맛있게 잘 먹었어”라고 말하며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어르신들에게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도, 대접을 받는 어르신들도 흐뭇한 기분을 감추지 않는다. 복지관 노인순(72) 할머니는 “명절이라 별로 찾는 사람도 없는데 손녀 같은 사람들이 음식을 마련해 복지관을 찾아줘서 너무 고맙다”며 “한번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주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88번지부녀회 오 모(22)씨는 “복지관에 나와서 어르신들이 점심 공양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우리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됐다”며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