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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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먼저 배려하는 ‘삶’의 행복
‘중국의 침략을 피해 히말라야를 넘다가 동상에 걸려 발가락이 없어졌어도 아침마다 중국인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소년.’ ‘모기향을 피우기 전에 사흘 동안 모기들에게 경고하는 청년.’ ‘길에서 만난 벌레 한 마리도 전생에 자기의 어머니로 여겨 소중히 대하는 아이.’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곳에 사는 티베트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매혹된 저자는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다람살라, 데라둔, 따시종, 라다크 빌라쿠피, 훈수르 등 인도 대륙에 흩어져 있는 티베트 정착촌을 찾아, 평생 걸은 것보다 더 많은 길을 걸어다녔다. 그래서 증오와 분노의 독을 용서와 자비의 꿀로 바꿔버리고 전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을 그곳에서 만났다. 이 책은 그 감동에 찬 아름다운 만남의 기록이다.

이 가운데 티베트 어린이 마을(Tibetan Children’s Village)은 전세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티베트인들의 자치 구역이다. 어느날 저자는 그곳에서 두 달 동안 도보로 중국에서 인도로 탈출해 왔다는 티베트 소년을 만났다.

“티베트 사람들은 달라이 라마를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팔을 가진 관음보살의 화신이라 믿는데, 왜 중국의 손아귀에서 티베트를 구하지 않는 걸까?”라고 저자는 물었다. 이에 소년은 “달라이 라마님의 자비와 사랑 안에서 티베트인과 중국인은 똑같이 소중한 존재예요. 만약 달라이 라마께서 신비한 능력을 보여 중국인들에게 해를 끼치고 티베트의 독립을 얻는다면 어떻게 그가 살아 있는 부처님일 수 있겠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놀라움과 부끄러움,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뜨거운 기운을 느꼈고 며칠 뒤 아예 짐을 꾸려 티베트 어린이 마을 근처에 숙소를 정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아이들을 찾아갔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졸업생, 망명정부 관리, 학교 앞 구멍가게 주인 등 티베트 정착촌 안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비로소 ‘말하기’를 멈추고 ‘듣는’ 여행을 시작한 저자는 행복까지도 적에게 양보하고 아무도 아프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눈물 흘리지 않기를 기도하는 티베트인들의 영혼을 온 가슴으로 맞아들였다.

그러나 이 책이 온통 티베트 사람들의 찬사로만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니다. 7년 넘게 약으로 삶의 허전함을 달래는 다와,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지만 품위를 갖춘 풍각쟁이 소남 등을 이야기 하는 대목에서 타국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며 힘겹게 살아가는 고단한 삶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티베트 어린이 마을 운동장에 걸린 ‘나보다 당신이 먼저(Others before self)’라는 표어처럼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삶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티베트 사람들의 건강한 정신이다.

티베트의 아이들
정희재 지음
꿈꾸는 돌
9천5백원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09-08 오전 8: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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