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참고서인 <화엄경 청량소>의 핵심인 ‘십지품’이 한글로 번역됐다.
청량징관 스님(738~839)이 <화엄경>을 해설해 놓은 <화엄경 청량소>는 통형장자(635~730)의 <신화엄경합론>과 함께 80권 화엄경의 대표적 주석서로 손꼽혀 왔다. <합론>은 탄허 스님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되었지만, <청량소>가 번역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책을 옮긴 반산 스님(봉선사 능엄학림 학감)은 지난 99년 1월 출간한 <화엄경 청량소> 1권 ‘세주묘엄품’에 이은 두 번째 작업으로 <화엄경>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십지품(十地品)’ 1~3권을 택했다. 순서상으로는 ‘보현행원품’, ‘여래현상품’, ‘여래명호품’ 등을 먼저 번역해야 하지만 “큰 산을 먼저 넘는다”는 심정으로 ‘십지품’ 번역을 먼저 시작했다고 한다.
20여년을 계획하고 <화엄경 청량소>를 모두 15권으로 완간하겠다는 원력을 세운 반산 스님에게도 번역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청량소>를 컴퓨터에 한 자 한 자 입력하는데 만도 1년 6개월이 걸렸다. 1권 ‘세주묘엄품’을 번역한 뒤로는 책뿐만 아니라 눈병과도 씨름해야 했다. 매일 8시간씩 5년간 번역한 <청량소>는 200자 원고지로 1만매가 넘는다. 번역된 원고는 일일이 역경원장 월운 스님(봉선사 조실)의 감수를 받았다. ‘근래에 보기 드문 역경불사(譯經佛事)’라는 평가가 과찬이 아닌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화엄경 청량소> 번역 작업이 한글세대와 한문세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반산 스님은 “번역 작업에 물심양면의 도움을 주고 있는 60여 명의 ‘화엄산림회(약칭 화림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화엄경 청량소>를 공부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화엄경 청량소
반산 스님 옮김
동국역경원
각 4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