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이 보도한 대로 청와대의 ‘조계종 총무원장 정치적 보호 운운’ 발언은 과연 사실일까. 그리고 이 같은 파문은 왜, 어떤 경로를 거쳐 파생됐을까.
정치적 보호 운운 발언과 관련해 현재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파문의 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파문 경위와 배경은 대체적으로 드러났다.
이번 소동이 9월 3일 일반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이후 사태는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불교환경연대 등이 ‘진실’을 가리자고 버티고 있어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건 개요 - 불교신문이 8월 30일 발행한 신문에서 ‘청와대, 총무원장 스님 협박’이란 제목의 기사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하고, 이와 관련한 내용을 ‘청와대 왜 이러나’ 제목의 사설로 다뤘다가 조계종 총무원의 지시에 의해 신문을 전량 수거해 폐기하는 소동을 빚었다. 불교신문은 머릿기사와 사설을 바꿔 이날 저녁 신문을 다시 발행했다.
불교신문 사장 현응 스님, 부사장 성관 스님(총무원 총무부장), 주간 현고 스님(총무원 기획실장) 등 불교신문 임원진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9월 1일 사직서를 냈다.
불교신문은 문제의 기사에서 “여권의 한 정치인사가 청와대 고위 책임자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북한산 문제에 대한 불교계 협조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총무원장 스님에 대한 정치적 보호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불교환경연대의 성명 내용을 전하며 ‘청와대 고위직 인사의 총무원장 협박 발언’ 여부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불교환경연대는 8월 29일 ‘불교계는 총무원장 스님에 대한 청와대의 정치적 보호를 거부한다’는 제목 아래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군사독재 시절에도 쉽게 할 수 없는 협박을 종교계에 하는가”라며 청와대를 강력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문제가 확산되자 조계종 총무원은 8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불교신문의 기사는 사실과 다르며, 청와대 고위인사가 정치적 보호 운운 했다는 불교환경연대 성명서 내용도 확인결과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불교환경연대는 2일 발표한 2차 성명에서 “1차 성명에서 발표한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사건 배경 및 경과-이번 파문은 왜 일어났을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해 보면, 북한산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조계종이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으로 보인다.
불교환경연대 성명에서 거론된 여권의 한 정치인사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종교특보를 담당했던 Y씨로, Y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총무원장 스님에게 북한산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조계종이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Y씨는 “8월 20일과 28일 사이 총무원장 스님과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서로에게 보탬이 되는 해법을 찾자는 양측의 의견을 전달했으며,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총무원 측도 “Y씨에게 (북한산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측과 협의를 해 달라는) 부탁한 적도 없으며, (Y씨는 청와대 측과 북한산 문제를 협의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 Y씨가 불교계 인사로서 나름대로 (불교계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청와대 측과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며 Y씨 주장을 뒷받침했다.
●협박 발언 있었나 - 이 부분에 대해 Y씨는 “협박 운운은 말도 안되며,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Y씨는 또 “불교계를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했고, 수경 스님과 현응 스님도 (정부에) 강력하게 어필하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왜 개입했느냐고 하더라. 있지도 않은 사실을 왜 꾸며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총무부장 성관 스님도 “대화 도중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정치적 보호 얘기가 어떻게 나올 수 있겠느냐”며 “여러 가지 정황을 확인한 결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북한산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Y씨와 청와대 관계자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왜곡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교환경연대 상임공동대표 수경 스님은 “Y씨가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총무원장 스님을 정치적으로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청와대가 총무원장 스님을 협박했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환경연대 조직실장 법현 스님은 “8월 27일 법장 스님과 수경ㆍ현응 스님이 만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법장 스님이 Y씨를 거론하며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드러난 문제점 - 이번 파문으로 불교계는 ‘정치적 보호 운운’ 발언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우선 북한산 문제와 같은 민감한 현안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파문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산 문제를 푸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통노선 불가라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 교계 일각에서 과잉반응을 보였고 그로인해 관계자들간에 불협화음이 돌출되었다는 것은 불교계 입장에서 보면 개운치 않은 여운이 남는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윤남진 기획실장은 “불교계의 주도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산은 이후 불교환경운동뿐 아니라 불교 이미지 자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관통되더라도 ‘정공법’을 선택해야 한다. 불교계의 주장이 진실성과 역사성이 있기 위해서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