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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도 가족과 떨어져 쓸쓸하게 보낼 생각을 하니 서럽기만 합니다.” 추석을 맞는 실직노숙자 75명의 보금자리 부산 보현의 집. 2년 전 직장을 잃고 노숙자로 떠돌고 있는 박모씨(45)는 가족들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쓸쓸한 추석을 맞는 불교계 복지시설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올 추석에는 장기불황 여파로 복지시설을 찾는 발길이 예전보다 더 뜸해졌다. 불교계가 운영하는 전국의 장애인, 노숙자, 노인, 여성 복지시설들은 명절 때만 되면 오히려 줄어드는 도움의 손길에 소외감마저 느낀다.
중증 장애인 100여 명이 모여 사는 부산 천마재활원(원장 박근련) 가족들은 이번 추석이 더없이 서글프다. 작년보다 절반이상 줄어버린 후원금에 명절마다 가던 남포동 구경을 올해는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추석 차례상은 엄두도 못 낸다.
여성노숙자들의 쉼터인 화엄동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갈 곳 없는 여성 35명이 기거하는 화엄동산(원장 이인숙)은 후원금은 고사하고 정부보조금만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태다. 명절이라 구청에서 놓고 간 농산물 상품권 70장은 쓸쓸함만 더한다.
실직노숙자들의 원주시립복지원(원장 현각), 가정폭력의 아픔을 가진 여성들의 보금자리 자비의 쉼터(원장 이인숙), 위안부 할머니들의 나눔의 집(원장 원행) 등의 시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비인가 시설이라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쩍새마을은 추석 차례상조차 차리지 못한다.
복지관과 복지재단들도 장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부분의 복지관들이 후원금, 자원봉사, 물품후원 등이 전반적으로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전남 문수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지난해 추석 때만 해도 500여 명에 이르던 후원자 수가 올해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 경기불황을 실감하고 있다.
부산 천마재활원 김정연 사회복지사는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으로 후원금이 줄어들어 재활원 프로그램은 전혀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럴 때 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찾아 온정의 손길을 베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