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에 맞게 되는 내세는 어떤 모습일까. 한번쯤 이런 궁금증을 품어 봤던 이들이라면 국립중앙박물관이 10월 5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영혼의 여정-조선시대 불교회화와의 만남’ 특별전에 가보자. 조선시대 불교회화에 나타난 종교적 이상과 예술적 아름다움은 물론 사후 세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보물 제1326호 ‘사여래도(四如來圖)’를 포함한 지정문화재 3점을 비롯해 조선초기의 사경, ‘태고사 시왕도(十王圖)’와 ‘영취사 영산회상도’, ‘감로탱화’, ‘아미타극락회상도(阿彌陀極樂會上圖)’ 등 지옥에서 극락에 이르는 장면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40여 점의 다양한 불화와 불교 장엄구 등이 선보인다.
이 전시는 한마디로 우리가 사후에 겪게 되는 ‘영혼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저승사자와의 만남에서부터 극락으로 인도되기까지의 과정을 불교회화를 통해 ‘영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 것이다.
조선시대 불화는 고려시대와 달리 억불숭유책으로 인해 서민적이며 소박하게 변모했다. 기왓장에 깔려 죽는 등 비명횡사하는 인간들을 그린 ‘감로탱’의 부분처럼 통속적인 장면은 고려시대 불화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이는 왕실과 귀족의 후원을 받던 불화가 조선시대에는 민간으로 옮겨간 결과다.
특별전은 저승가는 길, 죄의 심판, 자비와 구제, 수행과 염원, 극락 다섯 주제로 나뉘어 전시된다. 저승가는 길 부분에는 백마 혹은 흑마를 타고 나타나, 망자의 집에서 죽음을 알리는 전령으로 손에는 염라왕의 장부를 들고 있는 저승사자를 그린 불화와 나무조각상, 죄의 심판 부분에는 차례대로 심판을 내리고 형벌을 준다는 열명의 지옥왕의 모습과 이 왕들 앞에서 전생의 업을 비춰본다는 업경대라는 거울 등이 그림과 조각으로 펼쳐져 있다.
또 자비와 구제 부분에는 지옥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부처가 되는 것을 미룬 지장보살, 수행과 염원 부분에서는 인간으로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나한과 고승의 초상, 극락 부분에서는 아미타불의 극락정토, 질병의 고통이 없는 약사정토 등의 모습을 구현한 불화들이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