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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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만에 드러난 현칙 스님의 수행일지
“하루는 큰절 중 하나가, 일전에 도지사가 와서 ‘중들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데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고 하기에 내가 말했다.

인간이면서 인간이 무엇인지 모르고 취생몽사하는 것이 속인이고, 인간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려는 인간이 중이고, 인간이 무엇인가를 깨달은 인간이 불타이외다. 각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하지 왜.”(<산중일지> 67p)

1995년 9월 1일, 석남사 주지 스님에게 공책을 한 권 선물 받은 현칙 스님. 공책에 무엇을 쓸까 고민하던 스님은 입산 후부터의 이야기를 일기로 쓰기로 결심하고 제목을 ‘산중일지’라 하였다. “지나간 내 수행을 반성하고 앞으로 더 철저히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쓴 이 일지에는 현칙 스님이 출가를 위해 선학원을 찾아가 만해 스님을 만난 1931년부터 1956년까지의 수행기록이 담겨 있다. 세필로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원고에 적묵 스님이 캐리커처를 그리고 제자(題字)를 쓴 이 일지는 출판은 되지 않았고, 일부가 발췌되어 1961년 1월 ‘대한불교’에 3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그리고 40년이 흐른 3년 전. <산중일지>가 고서경매전에 출품되었다. 그리고 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지난 3월 지영사에 입수되어 책으로 나왔다.

<산중일지>는 ‘일지’라는 형식에서 알 수 있듯이, ‘가난이 재산이던 시절’의 산중생활을 현칙 스님의 진솔한 글을 통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며칠씩 굶기도 하고, 겨울 옷을 얻어 입고 한 철을 나고, 피부병에 걸려도 약이 없어 낫기만을 기다리던 일화를 통해 진정한 수행자의 길이란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된다. 또한 이 책에서는 현칙 스님이 만났던 용성, 만해, 만공 스님 등 당대 선지식의 면모를 후대인들에 의해 윤색되지 않은 생생한 일화로 만나볼 수 있다.
지은이 현칙 스님은 연희전문 문과를 거쳐 메이지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기독교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서른일곱 살 되던 1931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한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도리사, 복천암, 통도사, 해인사 등에서 참선 수행하다 경북 상주의 직지사 포교원에서 입적했다.

해인사 송월 스님은 부록에 실린 ‘내가 기억하는 현칙 스님’에서 “현칙 스님은 계행이 청정하고 학식이 깊었다”고 회고하며 “<산중일지>는 수행자의 사표를 보여주는 참으로 귀한 자료”라고 말한다.

산중일지
현칙 스님
지우사
9천5백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3-09-03 오전 8: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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