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신문사 뉴미디어부 김두식 기자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중간관리자 양성과정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부터 한 달 동안 미국 로스엔젤레스 지역에서 실시되는 이 연수는 이론 교육과 현방 방문을 위주로 진행된다. 김두식 기자가 처음으로 방문한 업체는 디지털도메인 社. 업체 방문 소감을 현지에서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편집자 주>
차세대 핵심 코드는 문화다. 특히 IT 기술의 발달로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문화콘텐츠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모바일, 음반, 영화, 게임 등을 포함하는 분야로, ‘원 소스 멀티유저(one source multi media)’라는 특성을 지닌다. 최근 우리 정부에서도 문화콘텐츠를 포함하는 디지털콘텐츠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 국가 역량을 집중키로 하는 등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콘텐츠 분야의 핵심역량을 가진 디지털 도메인(Digital Domain)사를 둘러 본 것은 디지철 콘텐츠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확신을 갖는 계기였다. 아울러 불교문화의 다양한 상품화와 세계화를 위한 길 역시 디지털 콘텐츠 확보에 달려 있음을 절감 했다.
영화 ‘타이타닉’을 본 관객이라면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보았을 것이다. 비록 현실은 아니지만 현실로 착각할 만큼 역동적이었고 사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런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컴퓨터 그래픽(CG)에 있다.
영화 ‘타이타닉’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디지털 도메인은 영화 ‘터미네이터’로 일약 스타감독의 대열에 들어선 제임스 카메론과 루카스 필름의 부사장을 역임한 스캇 로스 회장이 93년에 설립한 벤처회사다. 현재 아이엘엠(ILM)과 픽사(Pixar)와 함께 컴퓨터 그래픽(CG)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제작한 영화만 해도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 ‘아폴로 13호’, ‘터미네이터 2’, ‘제5원소’, ‘천국보다 아름다운’ 등 이름만 들어도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또한 나이키, 벤츠, GM 등 세계적인 회사의 CF를 만들었다. 1998년, 99년에는 디지털 도메인이 특수효과를 맡았던 영화 ‘타이타닉’과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연속으로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수상하면서 ‘마술공장’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허리우드 서쪽 베니스비치에 위치한 디지털 도메인을 처음 방문한 기자는 나름대로 기대가 컸다. 너무나 잘 알려진 세계적인 회사인데다 직원만도 전세계 지사를 포함해 600명이 넘는 큰 회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디지털 도메인에 도착 했을 때 ‘여기가 디지털 도메인 맞아?’ 하는 의심이 들었다. 주택가 근처에 2층짜리 건물 몇 동, 조그마한 주차장, 디지털 도메인을 알리는 조그마한 간판 등이 전부였다. 그러나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나의 생각이 기우였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2D, 3D, 미니어쳐 촬영 세트, CF 등 분야별로 하는 일이 전문화되어 있었고 회의장, 작업장 등 회사 공간들의 인테리어가 창의적인 작업을 수행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직원들도 자유분방했고 자신감에 차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방인, 그것도 연수생들의 방문에 대해서는 경계의 눈빛을 보였다. 준비해간 카메라를 꺼내기 무섭게 촬영을 제지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작업 공간을 유심히 들여다 볼 기회는 전혀 주지 않았다.
유학생신분으로 디지털 도메인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이태정 씨는 “회사에서는 창의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특성상 직원들의 개성과 예술적 재능을 발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고 있다”며 “직원 개개인의 끼와 재능이 공동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이 디지털 도메인의 저력”이라고 소개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디지털 도메인이지만 현재 특수효과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가 아닌 한국영화 ‘집으로’와 유사한 시골 풍경을 그린 영화를 제작중이다. 화려한 특수효과나 기술보다는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그 어떤 것, 즉 우리 몸속에 체화되어 있는 감흥이나 유무형의 문화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경영진의 철학이 이번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디지털 도메인 스캇 로스 회장은 “기술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지 인간 삶에 궁극적인 해답을 주지 못한다”며 자신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어린 시절 숲에 들어갔을 때 인디언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에 사로 잡혀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훗날 제가 특수효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린 시절 가졌던 인디언의 삶에 대한 몽상도 작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몇 천 년 전의 인디언들의 삶을 재현할 수 있고 고대인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행복, 나는 누구인가 라는 근원적인 물음의 해답은 기술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문화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도메인은 최근 한국 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숙달된 전문 인력들을 미국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고 IT 기술력과 인프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다.
소극장에서 디지털 도메인의 홍보 비디오를 직접 보여준 스캇 로스 회장은 “반만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의 경우 전통문화에 예술적 유산이 IT 기술과 결합된다면 세계적인 영화나 게임 등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7월 23~25일 산업자원부 주체로 열린 ‘차세대 성장 산업 국제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 한국이 지식기반산업(콘텐츠산업) 육성에 성공한다면 5년 후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역설해 한국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보다 더 서구화된 일본은 세계 어디를 가도 일본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과 거의 유사할 정도로 한국적인 것을 잃어버려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표시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대목이다.
디지털 도메인에서 근무했던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이경임 교수는 “허리우드 영화는 미국의 가치관을 전세계에 전파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한국의 문화가 스며든 문화콘텐츠를 세계인의 취향에 맞게 만드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