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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춘천 정토원에서 점심 공양도 거른 채 진행된 7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정목 스님은 “한국 정토수행의 이론 정립과 원효의 일심, 정토사상을 선양하는 불사에 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스님께서 하루 3시간만 자면서 간절하게 염불을 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염불과 인연이 있거나, 제가 은혜입은 분들에게 조심스런 마음으로 염불법을 전하고자 서원했습니다. 그 분들이 시간과 지성, 재화를 헛되이 버리지 않고도 반드시 자비광명이 감응하는 생산적인 도(道)를 일러주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죠?”
-‘생산적인 도’라면?
“염불행자는 깨달음을 위해 생업을 버리지 않습니다. 염불은 이 시대의 범부가 실천해서 지혜와 공덕을 성취할 수 있는 생산적인 도입니다. 한가한 시간마다 부처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독송하고, 언제나 부처님과 함께 있다는 마음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시기 바랍니다. 생활하면서 일체의 인연과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자주자주 익혀나가면 자연히 수행의 경계는 깊어지고 지혜와 복덕이 증장할 겁니다.”
-벽에 써놓은 ‘아미타불은 진리요 생명이요 광명이다’는 글이 염불 행자들의 지향점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아미타불의 법신(法身)은 연기법을 깨달아 일심을 증득한 지혜광명이며, 보신(報身)은 무한생명과 무량광명의 덕성이며, 응화신(應化身)은 중생을 위해 베푸는 무량한 자비광명입니다. 삼신은 일체이니 아미타불은 진리요 생명이요 광명입니다. 깨달음과 아미타불과 정토는 셋이면서 하나인 관계입니다.”
-스님의 저서 중에 <도로 아미타불>이란 책이 있던데요, 그 책 제목이 염불의 깊은 뜻을 역설적으로 담고 있는 듯 한데요.
“사람들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애쓰다가 실망했을 때 ‘도로아미타불(徒勞阿彌陀佛)’이라고 하죠. 그런데 진심으로 왕생을 믿고 염불하면 모든 것이 아미타불 화신으로 드러납니다. 제가 정말로 놀라면서 ’으악! 도로(都露) 아미타불!’하고 외친 적이 있습니다. 비록 번뇌가 멸진되지는 않았지만 아미타불의 무량한 자비광명을 믿고 알아서, 일체의 인연과 은혜에 감사하는 깨달음. 이것을 나는 ‘도로 아미타불’이라 했어요.”
-칭명염불을 통해 왕생하게 된다는 ‘서방의 정토(극락)’가 ‘마음의 정토(유심정토)’와 둘 아니게 공존할 수 있나요?
“본원의 힘을 믿고 행해서 정토에 왕생하면, 대상으로 마주하던 아미타불과 정토는 신해(信解)가 깊어지면서 ‘마음의 부처’, ‘마음의 정토’로 환원됩니다. 정토에 왕생함으로써 보신의 덕상과 화신의 자비에 감화되어 일심의 경지를 증득하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일심은 신앙의 빛이 궁극에 이르러 시공에 충만한 경지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정토’는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 관해야 합니까?
“일심의 경지에서 바라본 정토는 광대무변하되 덕상으로 가득하고 광명이 교차하는 한마음의 세계입니다. 일체의 경계는 진리를 설하고, 물물은 무아(無我)이되 자신의 덕성을 무한히 베풀어 전체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한마음의 세계에서 유정(有情)과 무정(無情)은 생명으로 약동하는 광명의 물결입니다.”
-스님께서는 염불 수행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나무아미타불의 명호를 부르는 ‘칭명염불(稱名念佛)’과 정토의 경계를 관하는 ‘관상염불(觀相念佛)’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중 관상염불은 아직 낯선 수행법인데요.
“관상염불은 지관(止觀)의 수행이며, 정토의 경계에 대한 신해(信解)가 깊어지면 이 땅에서도 깨달음의 경지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관상염불은 자신이 자비광명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도록 합니다. 정토의 경계는 깨달음의 다른 모습입니다. 관상염불은 청정한 자연과 인간, 일체 생명으로 나타나는 천백억 화신 즉 무량한 자비광명을 관하는 것입니다.”
-일상 생활속에서도 닦을 수 있는 염불 수행의 요체를 말씀해 주십시오.
“일체의 경계는 번뇌의 어둠을 소멸하고, 세상을 밝히며 삶을 윤택하게 하는 광명의 물결이자 아미타(Amita)의 물결입니다. 우리는 자비광명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일체의 경계를 이와 같이 관하고 그 은혜에 감사해야 합니다. 비록 범부의 의식으로 행하는 관이지만 관상염불이 깊어지면 욕망과 분노와 성냄과 어리석음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지혜가 증장하고 복덕은 자연히 늘어나죠. 염불은 좁은 의식세계를 넓고 깊게 펼쳐서 긍정적인 자세로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특효약입니다. 염불은 마음의 과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