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를 깊이 있게 하고 싶다거나 불교(학)계의 최신 동향을 알고 싶은 이라면 올 가을 불교관련 학술발표회장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올 가을에 열리는 추계 학술발표회를 살펴보면, 불교경전 번역과 해석이 범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한 논의와 과학·정보화와 불교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주제가 주류를 이룬다.
불교학연구회(회장 해주)가 11월 8일 동국대에서 개최하는 ‘2003년 추계학술발표대회’는 불교경전 번역 문제를 대주제로 7가지 소주제 발표가 진행된다. 이 날 학술발표대회는 통광 스님(쌍계사 승가대학 학장)의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1분과에서는 허일범(진각대) 교수의 ‘티베트 대장경 국역의 필요성과 문제점’, 전재성(한국빠알리성전협회) 대표의 ‘불전 번역의 제 문제와 빠알리 문헌’ 등의 발표가 진행된다. 2분과 역시 이병욱(고려대) 강사의 ‘한문 불전 번역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 김무봉(동국대) 교수의 ‘불전언해의 몇 가지 문제’ 등이 발표돼 불교 경전 번역의 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를 계획한 불교학연구회 해주스님은 “불교경전의 번역은 불교학연구의 기초가 되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불교경전 번역의 제 문제’를 주제로 정했다”며 “또 훈민정음을 보급하기 위해 이뤄진 경전언해 작업에 대한 점검의 시간도 마련돼 있다”고 주제선정과 학술발표대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동국대 전자불전연구소가 주최, 10월 24일 동국대 다향관에서 열리는 ‘불전 번역의 제 문제’도 불교번역과 관련된 주제가 계획돼 있다.
고려대장경연구소(소장 종림)가 10월 31일 개최하는 학술발표회 ‘불교의 과학과 철학’은 지난 7월 열린 동일 주제의 워크숍(본지 7월 16일자 10면)에서 논의된 양자역학과 불교의 연기론, 현대물리학과 불교의 유사성 문제가 심층 토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술발표는 메타사이언스(metascience, 현대과학의 한계를 넘어선 문제들을 제기하는 영역으로 첨단 과학이 미래의 과학으로 내다보는 문제의 영역)라는 개념으로 불교와 현대과학과의 만남을 모색, 불교적 세계관을 새롭게 해석해 보는 자리다.
또 불교사회문화연구원의 ‘사이버세계와 화엄(불교)사상’, 현대불교사회문화원의 ‘정보사회와 포교’, 불교학연구원 19차 학술발표 ‘정보사회적 생활양식에 따른 포교전략 검토’에서는 인터넷 보급의 확산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잡은 사이버 세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특히 ‘사이버세계와 화엄사상’은 화엄사상이 사이버세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10월 15일(음력 9월 20일)은 성철 스님 열반 10주기. 이를 추모하는 국제학술회의 ‘깨달음의 문화적 지평과 그 현대적 의미’가 10월 16~17일 이틀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성철선사상연구원(원장 원택)이 주최하는 이번 학술회의는 목정배(서울불교대학원대) 총장, 김경집(동국대) 강사 등 국내 학자 외에도 전헌(뉴욕주립대) 교수, 노찬영 (조지 매슨대) 교수, 찰스 뮬러(토요 가쿠엔대) 교수, 마리오 포체스키(플로리다 대) 교수 등 국내·외 불교 관련 학자 13명의 발표가 준비돼 있다. 이번 회의는 유교·기독교·이슬람 전공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깨달음’의 문제를 불교적 맥락에서만 보지 않고 깨달음의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세계의 유기적인 통일성을 확인하는 ‘깨달음’이란 경험을 새롭게 조망해 현대 문명의 분절적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