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올해의 논픽션상’ 휴먼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인 <파드마 삼바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티베트의 위대한 스승이자 <티베트 사자의 서>와 <해탈의 서> 등의 책을 남긴 파드마 삼바바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8세기경 티베트 왕의 초청으로 티베트에 간 파드마 삼바바는 인도에서 가지고 온 경전들을 티베트어로 번역하고, 인간을 깨우침으로 인도하는 책들을 저술하기도 했다. 모두 100여권이 넘는 책을 남긴 그는 아직 비밀의 가르침들을 세상에 알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책을 여제자 예세 초걀을 시켜 동굴에 숨겨 두었다. 이 책들은 20세기에 이르러서야 그의 다섯 번째 환생자로 알려진 릭진 카르마 링파에 의해 발견되었고, 티베트 인접 국가를 떠돌다가 1927년 옥스퍼드대학 종교학 교수인 에반스 웬츠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파드마 삼바바>는 지금까지 발견된 파드마 삼바바의 비전(秘典)이 반쪽일지 모른다는 의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책을 쓴 소설가 백이제(47) 씨는 “<사자의 서>와 <해탈의 서> 중간에 이 생에 태어나는 과정을 담은 <생자의 서>(가칭)가 있어 이들 책과 한 궤를 이룰 수 있다는 가정에서, 이 책을 찾아가는 과정과 파드마 삼바바의 생애를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책에서는 파드마 삼바바의 탄생과 만고의 비전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하면서 생사해탈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파드마 삼바바에 관한 사료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전을 쓰는 데는 새로운 기술 방식이 필요했다”는 지은이는 “주관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문헌과 기록에 의해 맥을 짚어가며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글쓰기를 시도했다”고 말한다. 시인 최승호 씨가 심사평에서 “글쓰기 행위 자체가 이미 생사해탈의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구도자의 준엄한 궤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듯이, 책에서는 오랜 시간 자료조사에 공을 들인 지은이의 노력이 엿보인다.
1장에서는 <사자의 서>의 발견으로 일어난 각계의 반응과 이에 대한 몇 가지 의혹을 제시한다. 2장에서는 파드마 삼바바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3장에서는 티베트 라다크에서 <사자의 서>와 <해탈의 서>의 가르침이 실제로 시행되는 모습을 경험하는 과정을 그렸다. 4장에서는 예세 초걀이 환생을 거듭하며 파드마 삼바바의 가르침을 받아 해탈에 이르고, 그의 구술을 받아 이 비전을 기록하게 되었다는 결말을 짓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지은이는 어머니의 태(胎) 속으로 들어가 생(生)을 받는 과정을 그린 <대보적경> 제56권이 <사자의 서>와 <해탈의 서>를 잇는 <생자의 서>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주장은 자칫 진위 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신화의 영역을 재구성하고자 하는 작은 시도로 봐 달라”고 당부한다.
파드마 삼바바의 생애와 저술을 통해 전해지는 “자신의 전생을 알고자 한다면 현재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라. 죽음 이후의 삶을 알고자 한다면 자신이 현재 행하는 행위를 면밀히 관찰하라”는 가르침은 곧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전언으로 읽힌다.
파드마 삼바바
백이제 지음
민음사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