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 문화 > 출판
민중의 아픔 대변한 '저항의 삶'
“비가오나 눈이오나 삼복 땡볕 아래서나 혹한 겨울바람 앞에서나 늘 검은 장삼 휘날리며 시위현장을 활보하는 춤추는 목탁꾼.” 불교 사회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진관 스님을 두고 경찰과 시위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스님을 표현한 말이다.

“현장에 남는 사람이란 곧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다.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야말로 민중을 지키는 사람, 역사를 지키는 사람인 것이다.” 재야운동의 현장이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문정현 신부를 두고 한 말이다.

<민족 21> 기자로 활동중인 저자 안영민씨가 그동안 인터뷰한 것을 짧은 평전 형식으로 정리한 이 책에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 ‘통일목사’ 홍근수, 여성신학자 박순경, 해외동포 운동가 곽동의, 비전향 장기수 박종린, 임기란 민가협 前 상임의장 등 10명이 등장한다.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핵심어는 다름 아닌 ‘자기희생’과 ‘실천’. 즉 어려운 시대상황속에서 자기희생을 통해 난관을 딛고 역사와 민족,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곧추 세우는 경지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들의 역사적이고도 때로는 도전적인 행동이 결코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나 당위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개인사와 역사가 맞물린 필연적 귀결에서 비롯됐음을 밝혀내고 있다. 즉 비극의 작은 개인사가 모여 거대한 역사의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시대의 부름에 등돌리지 않은 ‘작은 양심’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힘겹게 짊어지고 걸어온 민족과 민중의 문제는 이미 지나가 버린 ‘옛 추억’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주어진 현재진행형들이다.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만큼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도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공통분모다. 북한에서 출세길이 보장되는 만경대혁명학원을 뒤로 하고 남파되었다가 비전향장기수로 34년동안 옥고를 치른 박종린씨는 그리운 딸이 기다리고 있는 북녘으로 송환되지 못한 채 외로운 만년을 보내고 있다.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역시 해방직후 건국위원회 간부였던 부친에 이어 그의 아들까지 3대가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런 아픔을 뒤로 한 채 이들이 그토록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민족에 대한 희망도 언급되고 있다. ‘조국과 민족, 동포는 하나다’(곽동의), ‘민족은 거의 사라지지 않는다’(송두율), ‘불교는 민족정신의 발원지나 다름없다. 민중속에 뿌리내려온 불교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진관 스님) 등.

안영민씨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이 겪어야 했던 수난은 바로 민족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그것을 풀어갈 대안도 민족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이들의 민족은 철저한 현장성을 띠고 있다. 이들의 삶에 주목했던 이유는 바로 이때문이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행동하는 양심
안영민 지음
아름다운 사람들
1만3천원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08-25 오전 8:49: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9.1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