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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1999년, 대한매일신문사에서 <여성종교지도자명감> 편찬을 위해 당시 승가대학 비구니수행관장이었던 저에게 불교계 인사의 원고정리를 부탁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각 종교의 지도자를 수록하는 명감에 불교계 인사만이 빠질까 염려돼 맡게 된 일입니다. 명감을 작성하려면 먼저 인선(人選)을 해야 하는데 아무런 자료도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비구니에 관련된 자료라면 뭐든지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 자료수집에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처음엔 1년이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정말 만만치 않은 작업이더군요. 결국 연구소를 거쳐 간 40명을 비롯해 현재 활동 중인 18명의 학인스님이 4년간의 방학을 고스란히 반납하며 진행했습니다. 그만큼 학인스님들의 고생이 컸어요. 신문자료를 모을 때는 신문특유의 냄새를 견뎌야 했고,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전국 어디라도 찾아갔습니다. 정리한 자료라도 순서가 바뀌면 꼼짝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고요. 특히 교양논문(<비구니와 여성불교> 4, 5권)을 수집하기 위해 한국에서 간행된 학술지는 물론이고 교양지에 게재된 기고문까지 찾아내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때로는 비구니가 어떻게 학문이 될 수 있냐는 비난 섞인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때마다 ‘비구니는 학문이 아니지만 자료를 모으고 체계화 시키면 학문이 된다’는 말로 한국비구니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했지요.”
▲ 이번 총서발간으로 지난 19일, 전국비구니회관 개관법회 때 ‘비구니회장 감사패’를 받았는데 소감을 말씀해주신다면.
“이제 첫발을 떼었을 뿐인데 감사패라니 솔직히 이른 감도 있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우리 학인스님들을 대표해 주신 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사실 이번 총서에 포함돼지 않은 자료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고문서 자료들을 따로 빼 놓았습니다. 삼국유사, 이조실록 등 사료에서 선별한 고문서 자료들을 보완해 3~4년 이내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또 학인스님들이 전국 각지의 사찰을 직접 방문해 수백 개의 테이프에 담은 비구니 스님들의 녹취를 바탕으로 비구니 큰스님들의 어록, 발자취를 담은 ‘행장’을 출판할 계획입니다. 행장 작업은 가능하다면 내년 6월에 한국에서 열리는 샤카디타(세계여성불자대회) 전까지 끝마치려 합니다. 사실 외국학계 등 외부에서 한국비구니에 대한 자료를 끊임없이 요청해 왔지만 그 때마다 1600년 역사, 7천명 비구니 승단을 자랑하는 한국불교에서 마땅히 내놓을 자료가 없다는 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 이 책을 보게 될 여성 불자들에게.
“한국불교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서는 재가불자와 비구니가 함께 목소리를 모아야 합니다. 여성불자 모두가 좋은 도반으로서 열악한 세계 여성불교의 교량역할을 하는 주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