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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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선보이는 시공 불교사전
그 나라의 문화척도로도 평가되는 사전의 편찬은 우수한 인력과 오랜 시간,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야 가능한 일이다. ‘현 시대’에 쓰이는 가장 새로운 말의 뜻풀이와 지식정보를 담아야 살아 숨쉬는 사전의 몫을 다하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좁은 시장과 인력부족 등 이러저러한 한계로 인해 사전 편찬은 다른 출판물 발행에 비해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교계도 예외일 수가 없다.

불자들에게 있어 불교사전은 수행의 지침서이자 신행의 도반이며, ‘불교학의 최종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불자들의 욕구를 100% 만족시킨 사전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편찬된 불교사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것은 실용성과 창의성 부족이다. 사전을 읽기 위해 또 다른 사전이 필요할 정도로 어려운 용어들이 그대로 노출되거나 일본 사전의 체계를 그대로 본 딴 구성과 번역문투가 빈번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사전이나 기존에 편찬된 사전을 답습하는 차원을 뛰어넘겠다”는 취지로 간행된 곽철환 씨의 <시공 불교사전> 역시 모든 불자들의 요구에 부흥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지적돼 왔던 ‘실용성과 창의성 부족’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다.

<시공 불교사전>은 콘사이스(휴대용) 사전으로 들고 다니기 쉬우며 값도 기존의 사전에 비해 저렴한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구성이다. 지은이는 “사전의 체계를 구성하는 일이 ‘버리기’로부터 출발했다”고 말한다.

“사전의 부피만 늘일 뿐 독자들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관념적인 언어나 흔히 쓰지 않는 단어들은 과감히 뺐습니다. 그리고 기존 불교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사찰이나 불교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처사’나 ‘지대방’, ‘부목’, ‘마지’ 등의 단어들을 추가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전에는 약 1만 5천여 단어가 담겼다.

여기에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이 묻어난다. ‘설명을 최대한 쉽게’ 쓴 것이다. “불교 용어의 모호함과 혼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데 역점을 뒀다”는 지은이가 “불교 사전보다 국어사전을 더 많이 봤다”고 말할 만큼 ‘쉽고 정확하게’ 우리말로 옮기는데 주력했음을 알 수 있다. 단어의 설명을 돕기 위해 사진과 그림, 도표 등도 덧붙였다. 구산선문 계보도와 금강계 만다라 구조도, 화엄일승법계도 등은 지은이의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할 만하다.

책의 세 번째 특징으로는 단어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들 수 있다. “‘ㄱ, ㄴ, ㄷ’ 순으로 사전을 만들겠다는 것은 미련한 생각”이라는 지은이는 하나의 상위 개념 밑에서 파생하는 단어들을 한 번에 묶어 뜻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집필했다고 한다. “전체를 아우르는 이해와 설명 없이 단어 풀이만 한다면 사전을 몇 번이고 뒤적일 독자들 역시 개념의 유기성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전을 공부하다가, 혹은 법문집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그 뜻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전이 되기를 바란다”는 지은이의 바램은 7년 동안 한 권의 책에 몰입했던 사람의 출판 소감이라기에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소박한 바람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이 나오는데 <시공 불교사전>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것은 비단 기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시공 불교사전
곽철환
시공사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3-08-21 오전 8: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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