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서 등의 기록은 남아있으나 소재가 분명치 않은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는 55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문헌 기록만 남은 3점, 전란으로 유실된 19점을 제외한 14점의 사리장엄구는 아직 소장처가 확인되지 않아 보다 적극적인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정병국 의원(한나라당)은 2003년도 문화재청 국정감사를 위한 자료조사 과정에서 그동안 소재처가 명확치 않았던 사리용구 55점 가운데 대다수 사리장엄구의 소재처를 확인했다고 8월 19일 밝혔다. 정 의원의 요청에 따른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사리목록 조사 결과 소재불명의 사리용구 55점은 △문헌기록 등에만 사리구의 존재가 알려지고 실물자료는 전해지지 않은 ‘익산 제석사지 목탑 사리기’ 등 3점 △소장처를 확인한 ‘연곡사 삼층석탑 사리기’ 등 12점과 재봉안 한 것으로 확인된 ‘상원사 석탑 사리기’ 등 7점 △발견당시 유물이 전란 등으로 도난되어 전해지지 않는 ‘마곡사 오층석탑 사리기’ 등 19점 △현재까지 소장처가 확인되지 않은 ‘의성 관덕동석탑 사리기’ 등 14점으로 파악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현재까지 소장처가 확인되지 않은 14점 가운데 상당수는 일제강점기 도굴된 것으로 추정, 추적이 곤란한 것이 포함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목재나 사리공(舍利孔) 뚜껑과 같은 발견품의 특징상 복원 시 재사용되었거나 시료 등으로 취급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소장처 미확인 사리장엄구 14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재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소재불명 사리장엄구를 찾아야 한다고 문제제기했던 황평우 소장(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은 이번 결과에 대해 “소재가 확인된 19점의 소장처를 밝히고, 미확인 사리장엄구 14점의 소재를 확인 못한 사유와 조사 과정도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문화재 조사를 통해 각 기관의 업무 협조와 학술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문화재 조사·관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리장엄구는 사리를 담는 사리구와 이를 탑 속에 봉안하는 사리장치를 통틀어 일컫는다. 사리구는 불교 상징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기술과 재료로 제작되기 때문에 당시의 공예수준을 보여주며, 명문(銘文)이 있는 경우 연대 고증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