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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점원 ‘열세 동물의 세상’ 조각전
‘밥주걱이 원숭이의 혀로, 물레는 토끼의 눈으로, 다듬이는 개의 눈으로, 가래는 쥐의 농기구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 삼청각 일화당에서 ‘열세 동물의 세상’을 주제로 10월 15일까지 전시회를 열고 있는 이점원 동국대 교수의 눈에는 옛 서민들의 손때 묻은 생활소품들이 12지 동물들의 장기로 보였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12지 동물들의 신체 주요 부위가 지게, 물레, 다듬이, 질매, 바가지, 부러진 장고, 가래 등의 오브제로 만들어졌다. 그냥 내버려두면 각자 낡고 오래돼 쓸모가 없는 물건들이지만 이 교수에 의해 하나의 또다른 의미(?)로 환생된 것이다. 뱀(지게+철), 돼지(여물통+철), 양(바가지+부러진장고+철의자), 쥐(가래+자연목+다듬이), 토끼(물레+자연목), 용(질매+다듬이+소나무+철), 소(의자+자연목+철), 원숭이(자연목+철) 등 각각 이질적인 기능을 갖고 있는 전통과 현대의 오브제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를 알차게 감상하려면 이들의 구조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먼저 알고 난 뒤 전시회장에서 가서 비교해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사전 예습을 통해 복습 감상을 하고나면 작가의 해학성과 독창성에 혀를 내두르는 감탄사를 연발할 듯 싶다. 또한 평소 무의식적으로 바라보았던 물건들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창의력을 불어 넣는다면 훌륭한 새생명으로 다시 탄생시킬 수 있다는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그만큼 이번 작품들은 한국적인 전통의 미감과 미의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일종의 ‘창의창안작품’인 셈이다.

12지 동물이외에도 야외전시장인 아래마당에서는 오석, 마천석, 해인석 등 순수한 국산돌로 제작한 돌조각 10여점이 전시돼 있다. ‘누워있는 여자’, ‘울엄마’, ‘가족’, ‘한국인’, ‘사우나’ 등이다. 작품들 대부분이 섬세하고 정교하기 보다는 큼직큼직하고 선이 굵다. 하지만 강한 남성미보다는 부드러운 여성미가 느껴진다. 자연스런 모습의 인간군상이 조각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은은한 미소와 언제 안겨도 편안할 것 같은 넉넉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 돌로 형상화된 ‘울엄마’는 고향에 두고온 어머니를 연상시킨다.

이점원 교수는 “작품의 소재로 항상 ‘새 것’ 보다는 ‘오래된 것’, ‘낡은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월의 무게만큼 느껴지는 ‘사유의 공간’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라며 “사물을 대할때 분석적이고 해체적인 측면보다는 따뜻한 눈으로 있는 그대로를 포용하려는 생각에서 구조적이고 집합론적인 의미를 즐겨 표현해 왓다”고 의도를 설명한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08-20 오전 9: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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