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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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지키기, 다시 시작된 지율스님의 고행
"천성산을 지키려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담아 절합니다."

지율스님의 고행이 또 다시 시작됐다.
3월 14일 38일간의 단식을 끝내고 천성산으로 돌아갔던 지율스님은 8월 13일 다시 천성산을 내려와 부산시청앞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 3천배를 시작했다. 매일 3000배씩, 하루 9시간에 걸친 정진을 시작했다. 언제까지 해야 할지 기약도 없는 3000배 정진을 시작하는 스님을 지켜보는 주위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말복을 이틀 앞두고, 뜨거운 시청광장에 오체투지하는 스님의 심경은 어떨까?

"단식을 시작할 때의 마음보다 더욱 더 무서워요. 그러나 내가 천성산의 많은 생명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기 전에, 생명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준다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무엇을 위해, 혹은 어떤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또 다시 하루 3천배라는 지독한 고통을 자청하는가? 가장 많이 던져지는 질문이다. 스님의 대답은 간단하다.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천성산을 관통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절을 합니다. 지금 건교부나 고속철도공단은 기존노선으로 공사를 강행하려고 하고 노선에 대해 정부가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고 있지만 국민의 뜻과 천성산의 많은 생명들을 고려하지 않는 결정은 진정한 결정이라 할 수 없습니다." 스님은 기존 노선 강행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임을 단호하게 말했다. 또한 시추공사도 없이 천성산 구간에 대한 공사가 강행될 경우 지질학적인 문제로 인한 안정성 문제, 지하수 유출로 인한 습지 파괴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지하수 문제에 대해 물 값으로 보상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하며 정치, 경제적인 논리로 이 문제를 풀려고 하지만 그것은 핵심을 놓친 해결책"이라고 지적한 스님은 경부고속철 문제는 생명과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역사를 바꾼다는 마음으로 3천배를 할 것이고, 경부고속철 문제에 얽힌 모든 당사자들이 그런 마음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10시 30분 지율스님이 죽비를 들고 절을 시작했다. 이날 입제식에는 내원사 대중스님 10명이 함께 했다. 딱! 딱! 딱! 죽비 소리에 맞춰 스님들이 절하고 있었다. 스님들이 몸을 숙여 절을 할 때마다 스님들 뒤로 매달린 프랭카드에 적힌 '천성산이 아파서 스님이 절하고 있다'는 글귀가 지나는 사람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렇게 지율스님은 절을 하고 있다. 말없이 모든 것 내어주고 있는 숱한 생명들과 그 생명들이 다치지 않길 바라며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의 염원을 안은 채 낮게 엎드려 절하고 있다. 스님은 무기한으로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시청 앞에서 3000배를 할 예정이다.
천성산환경보존대책위 실무를 맡고 있는 손정현씨는 "38일간의 단식 동안 그러했듯 부산시청은 또 다시 환경과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질 것이며, 또한 많은 사람들이 천성산 관통을 반대하며 생명과 자연에 대한 참회의 절로 늦더위와 맞서 싸울 것"이라며 많은 동참을 호소했다. "단 한번의 절이라도 지율스님과 생명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마음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는 게 천성산환경보존대책위의 바람이다. 신행단체, 개인 누구나 동참가능하다. 동참문의:011-9306-8033

아래는 지율스님의 3000배 기도에 들며 전문이다.
생명(生命)에게 사랑과 희망을......
- 3000배 기도에 들며 -
지난 겨울 38일간의 단식을 끝내고 산(山)으로 돌아온 저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중의 하나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견딜 수 있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대답했습니다.
" 그것은 제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고......
게으른 수행자였던 저를 산(山)이 불러 세웠던 순간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소리는 바위를 깍는 포크레인의 기계소리에 묻혀 아주 가느다란 신음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거기 누구 없나요? ...... 살려주세요......"라고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늙은 어머니의 신음소리처럼 들리는 이 소리는 지금 전국의 산하 곳곳에서 울리고 있습니다.
애처롭게 울리는 이 신음소리는 제게 신의 음성보다 더 무섭게 들렸습니다.
어쩌면 아픈 산하가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건 그 순간은 생명(生命)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에 낯선 거리에 서는 부끄러움을 차마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고속철도 반대 운동을 했던 지난 2년 동안 많은 단체와 종교인들이 거리에 서고 시민들과 언론이 함께 해 주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었으며, 우리 모두가 이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작은 불꽃으로 타올랐다는 것은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일은 대단히 정치적인 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대선 공약으로 채택된 후, 정부는 공사전면 중지의 결정을 내렸고 우리들은 이 사회가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변화를 생명에 대한 사랑과 이 시대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씨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이 희망의 문은 대단히 좁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개발에 대한 요구가 희망의 문 앞의 커다란 장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불리웠던 이 땅은
우리의 선조들이 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겪으면서
지금의 우리에게 물려준 땅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미래의 아이들에게
이 땅을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이 땅을 사랑하는 마음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다면 누구도 우리의 의지를 꺾고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산을 파괴하는 죽음의 터널을 뚫으려 달려가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이 땅을 지켜온 선열의 염원과 줄곧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의 염원을 안고 3000배 기도에 들며 간절히 원하옵니다.

바라옵나니 몸과 마음으로 드리는 이 참회를 받아 주시옵고
우리가 작은 생명으로 걸음했던 이 대지 위에
희망의 역사를 쓸 수 있도록 저희를 버리지 마소서
천미희 기자 | mhcheon@buddhapia.com |
2003-08-14 오전 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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