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2003년 하기 학위수여식이 한창이다. 이번에 발표된 불교 관련 박사논문은 국내·외 모두 10편 내외. ‘코스모스’ 졸업인 만큼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가운데 윤회론과 연기론을 배경으로 인간복제, 낙태 등 논란이 그치지 않는 사회문제에 대한 불교 윤리적 관점을 제시한 구본술 씨의 <불교의 ‘생유 연기(生有 緣起)’에 관한 연구>와 지금까지 사학계에서 외면당해 왔던 조선후기 불교계의 동향과 불교사 인식을 당시 편찬된 승전과 사지를 통해 알아본 오경후 씨의 <조선후기 승전(僧傳)과 사지(寺誌)의 편찬 연구>가 눈길을 끈다.
올 9월 국회에 상정되는 생명윤리법안과 인간복제회사 클로나이드 창립자 라엘의 한국 방문 거부와 같은 사건으로, 생명복제 문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구본술 씨의 <불교의 ‘생유연기’에 관한 연구>는 이러한 최근의 생명윤리 논쟁을 경전에 의거, 불교적 관점으로 해석한다.
이 논문은 ‘불교에서 한 개별적 생(生)이 연기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을 의미하는 생유연기의 시점에 따라 낙태 문제가, 조건에 따라 피임과 복제 문제가 불교 윤리적 정당성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 씨는 논문에서 “불교에서 생의 시작점은 수정의 시점이 가장 그럴듯한 후보로, 불교 경전에서는 태아의 죽음이 성인을 죽이는 것과 같은 바라이죄나 투라차와 같은 중형죄로 간주되었다”며 “적극적인 생명옹호론의 관점을 지지하는 생유 연기의 입장에서는 낙태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생명복제는 “생유 연기는 새 생의 주체가 될 중음신(中陰身 사람이 죽어서 생을 받을 때까지의 중간 존재)에게는 전생의 업이 복제되기 때문에 현생뿐만 아니라 전생의 자기행위에 대해서도 윤리적 책임을 부여받는다”며 “체세포복제는 생의 시작 요건을 갖추지 못한 왜곡된 생유 연기의 형태”라고 해석한다. 구 씨는 피임 역시 자연스러운 생의 시작 요건을 방해함으로써 기본적인 선을 훼손하는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한다.
“조선후기 승려의 비문과 사찰사적기의 출현은 당시 불교에 대한 지난한 탄압과 전란이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조선불교계가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정체성 회복의 움직임인 동시에, 인도·중국 불교와 대등한 면을 지니고 있음을 자각하는 자주적 역사인식 과정이었다.” 동국대 사학과 오정후 씨는 <조선후기 승전과 사지의 편찬 연구>에서 승전과 사지 편찬의 시대적 의미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오 씨는 논문에서 총 여덟 개의 승전과 사지를 다루고 있는데, 해안(海眼) 스님의 <금산사>, <대둔사사적> 등은 부실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후 편찬된 사적기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과 조선불교의 주체성을 선양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후학들은 해안의 사적기를 “이설이 분흥(紛興)하다”고 비판하지만, 관계 자료가 전무한 상황에서 한국 불교사를 온전히 정리하지 못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논문은 다산 정약용이 편찬에 참여한 <대둔사지>를 ‘조선후기 사상계의 동향과 불교계의 자주적 역사인식을 가장 잘 반영하는 사적기’로 평가한다. 또 한치윤의 <택지>는 일반사의 범주에 불교사를 포함시키고 중국에 조선의 문화를 알렸다는 점과 불교가 이단으로 규정되어 있는 시기에 유학자에 의해 저술됐다는 점에서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