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방학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맘때면 방학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는 자녀와 방학 숙제를 점검하려는 부모 사이에 작은 실갱이가 벌어질 법도 하다. 이럴 때 자녀와 함께 만화책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의 아쉬움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어린이들이 어렵다고만 느끼는 부처님 가르침을 만화로 쉽게 풀어놓은 책들이 잇달아 선보여 함께 소개한다.
도서출판 오거서가 펴내는 어린이 불경만화 시리즈 1권 <만화로 보는 부모은중경>에는 불교만화라면 으레 등장하는 동자승이나 사찰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정약용과 목민심서>, <만화 골든벨> 등으로 유명한 학습만화가 이만수 씨 특유의 화사한 그림이 돋보인다. 책은 단순한 경전의 설명이 아니라 옆집 친구 같은 주인공 호정이와 은비가 일상에서의 소소한 일들을 통해 <부모은중경>의 가르침을 배워 나가도록 꾸며져 있다. 한 장이 끝날 때 마다 어려운 한자를 풀이하고 책의 내용을 퀴즈를 통해 짚어보는 코너도 있다. 고려대장경 연구소장 종림 스님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며 <부모은중경>의 참 뜻을 헤아려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재미”라고 말한다. 책을 구성하고 글을 쓴 오거서 불경만화 기획연구팀은 앞으로 <팔상록>과 <법구경> 등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어느 돈 많은 사람이 절에서 3층 누각에 올라가 보고 자기도 그런 누각을 짓고 살고 싶었다. 목수를 불러 집을 짓도록 맡기고 며칠 후에 가보았더니 1층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이에 부자는 화를 내며 “내가 필요한 것은 1층과 2층이 아니라 3층이야 3층!”하고 호통을 쳤다.’
1백가지 이야기를 통해 인생사를 비유했다는 뜻의 <백유경>에 담긴 이야기다. <부처님 지혜를 배우는 불교우화 41가지>는 만화가 정수일 씨가 <백유경>에서 가려 뽑은 40여 편의 이야기를 만화로 꾸민 책이다. 편양 언기 스님의 일생을 그린 만화 <왕눈이 스님>을 읽은 독자라면 친숙한 캐릭터 덕분에 책장이 더욱 잘 넘어갈 것이다. 희극적인 설화와 비유로 일반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백유경>의 특징을 잘 살렸으며, 특히 외도(外道)를 믿거나 불교를 모르는 사람들이 불교에 대해 품었던 오해를 적절한 비유로 설명하는 장면들이 많이 담겨 있다.
어느 날 한 노스님이 이소룡이나 최배달 같은 무술인이 되기 위해 고아원을 도망쳐 나온 소년 막둥이를 만난다. “절에 들어오면 무술인 보다 더 강해진다”는 노스님의 말에 소년은 동자승이 되고, 이후 노스님과 동자승 사이에 갖가지 해프닝이 연이어 벌어진다.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선(禪)이야기를 담은 <동승과 노스님>은 투정을 부리면서도 마음공부를 놓지 않는 동자승의 캐릭터와 역대 선사들의 일화를 이들의 일상 속에 녹여놓은 지은이의 솜씨가 돋보이는 책이다.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안태성 씨는 홍익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로, 이 책에 실린 그림에서도 수묵화에서 느낄 수 있는 정겨움과 담백함을 담았다.
<만화로 보는 부모은중경>(글ㆍ구성 오거서 불경만화 기획연구팀, 그림 이만수, 오거서)
<부처님 지혜를 배우는 불교우화 41가지>(글/그림 정수일, 운주사)
<동승과 노스님>(글/그림 안태성, 동아일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