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로 시작되는‘황무지’의 저자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있는 T.S.엘리엇. 이 책은 엘리엇의 시 중에서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만을 모았다. ‘황무지’, ‘네 사중주’, ‘칵테일 파티’는 인도사상 특히 불교사상이 확연히 드러나 보이는 작품들이다. 그래서 엘리엇의 문학세계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려 한다면, 동서양 철학 사상의 거대한 강줄기가 그의 정신세계에 합류하여 풍요로운 작품세계로 승화되었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준다.
예를 들어 ‘황무지’의 제 3부에서는 ‘불의 설교’란 제목이 붙어 있는데 이는 특히 대품(大品)의 ‘부처님의 불의 설교’를 상기시키고 있다. 엘리엇 자신도 ‘황무지’의 주(註)에서 ‘이 제목은 부처님의 불의 설교에서 취한 것인데 그 완전한 텍스트는 서양불교연구의 선구자였던 고(故) 헨리 크라크 우오린의 <번역불교>에서 따온 것이다’고 부처님 말씀을 인용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연꽃이 가벼이 가벼이 솟아오르며/수면은 광심에 부딪혀 번쩍인다’에서와 같이‘네 사중주’의 첫째 시‘버언트 노오튼’에는 불교사상의 궁극적 실재의 상징인 연꽃의 인용이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역자인 정갑동 교수(동국대 영문과)는 “엘리엇의 문학세계는 전세계 영문학자들이 한번쯤 관심을 갖고 연구할 정도로 깊은 사상을 내재하고 있다”며 “동양사상, 특히 인도사상 중 불교사상을 접목시켜 학문 연구의 폭과 질을 높여간다면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일반독자들에게 엘리엇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T. S. 엘리엇과 불교
P.S 스리 지음/정갑동 옮김
동인
1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