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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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돈황’의 학문적 의미를 탐색
“돈황은 중국에 있으나, 돈황학은 다른 나라에 있다.”
1900년 중국 간쑤성(甘肅省) 서부 돈황(敦煌) 명사산(鳴沙山) 기슭을 파고 조성된 총길이 1.6km에 달하는 크고 작은 600여 개 불교석굴 중 제17호굴이 발견됐다. 장경동(藏經洞), 즉, ‘경전을 소장한 굴’이라는 명칭이 시사하듯 이곳에서는 약 5만권에 달하는 각종 경전이 발견됐다. 하지만 이는 둔황석굴 수난사의 시작이었다.

1906년 5월 헝가리 태생 영국고고학자인 마크 스타인(1862~1943)이 경전 상당수를 실어가고 이듬해에는 프랑스 학자 폴 펠리오(1878~1945)가 다른 경전을 가져갔다. 펠리오가 가져간 문서 중에는 신라의 혜초(慧超, 704-787) 스님이 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도 포함돼 있었다. 이처럼 돈황석굴 주요 유물은 서구 유럽과 일본 등지로 반출되고 말았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도 돈황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유물이 적지 않게 소장돼 있는데 일제의 조선 식민지배가 남긴 유산이다.

연세대 중문학과 전인초 교수가 옮긴 <돈황학이란 무엇인가>(아카넷)는 외세의 침략에 돈황유물 대부분을 외국에 내줘야만 했던 중국 중화주의 정신의 뒤늦은 분발이 빚어낸 돈황학 개론서다.

저자인 중국 난징사범대학 리우진바오(劉進寶) 교수는 이 책에서 돈황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돈황학이란 돈황유서, 돈황석굴예술, 돈황학 이론이 위주가 되고 돈황 역사지리까지 연구대상으로 삼는 한 부류의 학문을 가리킨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돈황학 개설서인 이 책에서 저자는 철저히 중국사적인 관점에서 한(漢代)나라가 이곳에 진출해 개척하기 시작한 이래 실크로드 중계 무역지로서의 번영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돈황의 역사를 시대별, 유적.유물 중심으로 개괄한다. 특히 돈황을 무대로 명멸한 다민족의 역사를 주로 막고굴(莫高窟)이라 일컫는 불교석굴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막고굴의 예술작품은 아름답고 현란한 벽화, 1천여개에 이르는 조각, 아름다운 옥으로 장식한 눈부신 도안, 불화, 자수 등 하나같이 중국 고대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막고굴을 중심으로 서천불동과 안서(安西)의 유림굴 등을 포괄하는 돈황석굴예술은 중국회화사, 미술사, 조각사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며 나아가 실크로드 문화사와 불교문화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중국이 다른 곳보다 늦게 둔황연구에 나서게 된데 대해 저자는 상처받은 중국의 자존심을 거론한다. 중화주의를 재건하기 위한 중국의 돈황학 연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이제는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돈황은 중국에 있으나 돈황학은 전 세계에 있다”고 자신한다.

돈황학이란 무엇인가
리우진바오 지음, 전인초 옮김
아카넷
3만원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8-08 오전 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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