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병원비가 50만원이 넘는다는데 어떡해야 좋을지….’
7월 31일 오후 서울 세브란스 병원 중환자실. 경남 산청 은혜사 주지 혜전스님이 병상에 누워있는 용래(산청 덕산중 3년)를 넋 나간 사람처럼 바라본다. 두 달 새 산청에서 다섯 번이나 문병을 왔지만 올 때마다 마음은 늘 천근만근이다. 평소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활짝 웃곤 했던 용래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다. 용래의 아버지 이태조 거사는 은혜사에서 일하는 가족같은 사람이다.
이용래 군은 지난해부터 재생불량성 빈혈로 치료를 받아오다 두 달 전 백혈병 진단을 받고 골수 이식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병세도 문제이지만 막대한 수술비와 병원비를 마련하는 것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얼마 전 혜전스님이 사재를 털어 병원비를 내놓자 신도들도 용래를 돕자며 모금을 했다. 하지만 신도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있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생각다 못한 혜전스님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방송국 프로그램의 방영을 추진하는 등 백방으로 용래를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지금은 산청읍내 각급 기관과 연계하거나 읍내에 모금함을 설치하는 방안까지도 모색 중이다.
혜전스님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혜전스님은 20 여 년 전 골수염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장애인이다. 현재는 의족을 하고 생활하고 있는데, 다리를 절단하면서부터 장애인과 불우한 이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소쩍새마을, 연꽃마을, 나환자촌, 각 지역 복지원 등 20년이 넘게 복지시설들을 방문하면서 후원을 해왔다.
이것도 모자라 혜전스님은 91년 신도들로 구성된 ‘지장계’를 만들어 불우이웃 돕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00여명의 지장계 회원들은 2~3개월에 한 번씩 지역 불우이웃이나 소쩍새마을 청주 진여원 등을 방문, 후원물품을 전달하고 봉사활동도 펼쳐왔다.
지장계 박정희 총무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데 신도 아들이 큰 병을 앓고 있으니 스님이 저러시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박 총무는 “스님께서 저렇게 나서시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모금도 다시 하고 스님과 상의해 용래를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용래의 병실을 나선 혜전스님은 “여기저기 더 도움을 청해봐야겠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는 “다른 거 없어요, 용래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면 돼요. 용래가 매미 소리를 참 좋아했는데…”라며 묻지도 않은 말에 대답을 했다.
후원계좌 : 농협 835013-52-045094(이태조), 연락처 055)973-1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