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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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박동춘 소장
‘차맥(茶脈)을 지켜가는 사람’.
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박동춘(50) 소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우리나라 차문화의 중흥조인 초의 선사 차맥을 이은 응송 스님을 은사로 차를 접하게 된 후 20여년을 ‘차맥 지킴이’로 살아온 박 소장. 장마가 끝나가는 7월 말, 과천에 있는 서당에서 그를 만났다.

바람이 선듯선듯 불어오는 자리에 앉자 박 소장이 차를 한 잔 건넨다. 흔히 ‘동춘차’라 불리는 이 차는 전남 승주 송광사 근처의 야생 차밭에서 딴 차를 직접 덖어 만든 것이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 등 ‘동춘차’ 애호가들이 ‘소쇄(瀟灑, 산뜻하고 깨끗함), 담백하면서도 기운이 느껴지는 맛’이라고 평하는 이 차는 흔히 마시는 차와는 달리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열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의 풍토와 기후, 체질에 맞는 뜨겁고 맑은 맛을 선호합니다. 뜨거운 물에서 맑고 향기로운 기운을 드러내는 차는 이러한 맛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서 동춘차를 구할 수는 없다. 돈을 받고 차를 팔지 않기 때문이다. “차를 팔면 돈이 된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제게 맡겨진 일은 차를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을 물려주는 것입니다.”

“무쇠솥에 차 덖으며 삶을 배웁니다”

박 소장은 이어 무쇠솥에 덖고 비비는 작업을 비롯해 차가 만들어 지는 과정의 세심함과 정밀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찻잎을 따는 순간부터 뜨거운 무쇠솥에 차를 덖는 과정과 뜨거운 물로 우린 차를 한모금 마시며 그것을 음미하는 순간까지 그 모두가 수행임을 20년 차 인생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박 소장이 오늘날의 우리 차문화를 우려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수행으로서의 차’가 아닌 상업화와 형식성에 물든 차만 남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제는 차를 ‘문화’로 이해하고, 보호해 나가야 합니다. 차가 가진 진정성은 행위가 아니라 사상이며, 예라는 것은 그 사상을 습득해 나가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진정한 ‘차인(茶人)’이란 수행자이며, 이론가이고 실천가여야만 차가 갖는 수행자적 면모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선대의 자취와 노력, 인식이 녹아있는 결정체인 차문화를 후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그는 최근 제자를 받아들였다. 차문화와 전통제다법을 전문적으로 연구ㆍ전승할 5명의 연구생들은 5년여 간의 교육과정 동안 한문의 원전인 <통감>과 <격몽요결>, 육우의 <다경> 강독, 제다 실습 등을 배우게 된다. 전통성과 함께 지킴이로서의 사상이 정립되어야 진정한 차맥을 이을 수 있다는 것이 박 소장의 ‘교육철학’이기 때문이다.

“도제식 교육이 대중성은 결여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전통의 원형질을 지켜나가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들이 차를 바르게 다룰 줄 아는 소양과 정신자세를 갖춘 지킴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3-07-30 오전 8: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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