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무리 목놓아 불러봐도 아무 대답없는 아버지, 어린 시절 제가 아플 때면 그 어두운 앞마당에서 남몰래 안타까워 눈물 지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께 저의 그리움과 눈물이 베어있는 첫 시집을 바치며….”
33년 동안 자리에 누워 있는 정상석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떨리는 몸과 손가락 하나로 자판을 두드리는 일. 내면에 쌓인 고요를 세상 밖으로 표출한 시인은 새 한 마리가 되어 하늘을 향해 비상하고픈 장애인의 꿈과 사랑, 소망을 고루 적고 있다.
뇌성마비 장애인 정상석의 시집 <하늘을 사랑할 수 있다면>(대희)은 고동의 기교나 화려함은 없지만 자신의 영혼에서 들리는 소리를 마치 누에고치가 실을 뽑듯이 풀어내 독자는 외로운 음유시인을 만나는 느낌이 들 것이다.
더구나 이 시집은 춘천 석왕사 신도인 정상석씨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웃들이 모여 만들어 준 것이어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강원도청 사회복지과 민원실에 근무하는 박영림 사회복지사의 주선으로 도서출판 대희, 표지화를 그린 정현우 화백, 작품해설을 쓴 기정순 시인, 사진가 조명희씨 등이 함께 보시한 책이다.
하늘을 사랑할 수 있다면
정상석 지음
대희
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