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전은 불교학의 최종 성과물이지만 불교 공부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사전을 처음부터 숙독하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불교에 입문하고자 원력을 세운 사람에겐 ‘지침서’이자 ‘돋보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불교사전 대부분은 일반불자들이 보기엔 너무 크고 두껍거나 가격이 만만찮다. 더 큰 딜레마는 사전을 봐도 무슨 뜻인지 몰라 뜻풀이에 나온 용어를 다시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불자들이 쉽게 갖고 다니면서 필요한 땐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포켓용 불교소사전>(가제, 운주사)이 8월말께 첫 출간될 예정이라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교사전이 서가의 책꽂이에서 뛰어나와 진정한 ‘신행의 도반’이 되는 순간이다.
처음 기획에서 6년,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지 2년여 만에 나오는 <포켓용 불교소사전> 편찬 작업에는 김진무ㆍ김치온(이하 동국대 강사) 박사 등 소장 불교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장식용’이나 ‘사전을 위한 사전’이 아니라 불교에 관심 있고 약간의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편하게 볼 수 있는 불교소사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 법산 스님(동국대 정각원장)이 최종 감수를 맡고 나섰다.
<망월대사전>과 함께 학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불광대사전>을 모본(模本)으로 했다지만, 불교 현장에서 실제로 많이 쓰이고 꼭 알아야 하는 표제어를 싣기 위한 노력은 각별하다. <한국 불교사상사 연구>(고익진) 등 학계의 주요 서적이나 참고 문헌으로 많이 쓰이는 책에서 색인 목록을 뽑았고, 일반불자들을 위한 불교 용어 해설서나 개설서 등도 참고로 했다. 이렇게 해서 뽑은 표제어가 8천여 개. 여기에 설명을 다는 초고 작성이 최근 끝났고, 이 가운데 ‘기본적이고 꼭 알아야 하는 것’ 5천여 개를 고르는 등 마무리 작업이 남아 있다.
‘대중적’ ‘실용적’ ‘포교용’이란 뜻을 담기 위한 노력은 박스 작업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공양’ ‘극락’ ‘가사’ ‘가람’ ‘열반’ ‘염불’ 등 꼭 초심자라면 알아야 되는 중요 용어를, 영어 사전처럼 따로 박스를 빼서 설명을 단 것이 기존 사전에서는 볼 수 없는 가장 큰 특징이다. 사전뿐 아니라 입문서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한 셈.
사전 작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진무 박사는 “‘예수재’ 같은 경우 사전을 찾아보면 단순한 글자 해석이나 교과서적 설명에 머물고 있어 실제 행해지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르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며 “단순한 지식의 이해가 아니라 초심자들이 기본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설명을 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