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도난당했던 조선 숙종 때의 보물급 후불탱화 한 점이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서울지법 형사항소1부는 91년 11월 충북 영동군 영국사 대웅전에서 도난당했던 ‘영산회상도’를 구입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된 고미술상 유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 판결됨에 따라 16일 이 후불탱화를 영국사에 돌려주기로 하는 환부 결정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유씨는 재판 과정에서 공소시효(7년)가 지났고, 장물인지 모르고 구입했다고 주장했으나 유씨의 승용차 안에서 조계종이 99년 발간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가 발견됨에 따라 장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 유죄(장물취득죄)를 인정했다.

이 도난백서 129쪽에는 ‘영국사 영산회상도’의 도난 날짜와 경위, 작품 설명 등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유씨 검거를 도왔던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강신태 반장은 “도난범의 공소시효가 지나도 장물성이 인정될 때는 언제든 처벌할 수 있고 문화재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이라며 “도난ㆍ도굴 문화재를 은닉할 경우 발견시점부터 공소시효를 적용키로 한(81ㆍ82조 4항) 개정 문화재보호법이 이달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도난당한 비지정 불교문화재의 회수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탁연 스님은 “잃어버린 성보도 결국은 돌아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며 “다음 주쯤 검찰에서 돌려받는 대로 문화재 지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 숙종 때인 1709년 조성된 영국사 영산회상도는 가로 285cm 세로 324cm의 대작으로 조성연대와 작가, 발원자 등이 확실해 조선시대 불교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다. 조선 숙종 대에 조성된 후불탱화 중 남아있는 것은 약 10여 점이고, 그 중 영산회상도는 하동 쌍계사 팔상전 영산회상도(보물 925호), 대구 파계사 영산회상도(보물 1214호) 등 3점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