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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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고지가 말하는 '행복한 노년의 삶'
“대체로 쉰 살을 넘기고 나서는 세속의 일은 모두 그만두고 한가한 시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속적인 일로 평생을 보내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삶이다.”

90년대에 출간한 <청빈의 사상>을 통해 옛 선사들의 무욕(無慾), 무위(無爲)의 사상을 소개함으로써 수많은 독자를 감동시킨 나카노 고지. 도쿄대학 교수 정년을 15년이나 남겨둔 50세에 ‘자주정년(自主停年)’을 선언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저자가 <행복한 노년의 삶>을 통해 흐르는 세월만큼 더 깊고 맑은 목소리로 ‘청빈의 사상’을 전한다.

“그렇게 단지 마음만을 위해서 살라”라는 어느 선사의 가르침에 따라 60세부터 마음만을 위해 살기로 했다는 저자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행복이란 ‘나는 지금 살아서 여기 이렇게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행복한 노인의 삶은 재테크 따위의 물질적인 가치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고요하고 멋있는 인생의 오후’를 즐기기 위해 ‘지금 이곳(here and now)’에서 집착없는 삶을 살라는 선(禪)의 핵심 사상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동시에 일본 선사들의 일화와 가르침을 인용하면서 무소유의 정신을 일깨운다.

이 수필은 시종일관 잔잔한 어투로 저자의 일상 속 평상심(平常心)에 대해 소소히 이야기 해줌으로써 독자에게 여유롭고 행복하게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내가 앓아 눕는 바람에 난생 처음 살림을 하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일. 아침 일찍 개들과 산책을 하며 떠오르는 해님에게 소원을 빌던 일. 고전을 읽으며 옛사람들과 교유하는 잔잔한 즐거움을 누렸던 일 등 사소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그의 수필은 한결같이 우리의 긴장을 누그러뜨려주면서 웃음과 넉넉함을 선물하고 있다. ‘빠름’과 ‘많음’을 강조하는 시대에 ‘느림’과 ‘적음’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수필은 한여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숲그늘처럼 맑고 상쾌한 청량감으로 다가온다.

나카노 고지는 현재 가나가와문학진흥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2000년 <암살자>로 예술선장(藝術選奬) 문부대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역자는 전문번역가인 장미화씨다.

행복한 노년의 삶
나카노 고지 지음
장미화 옮김
문예출판사
9천원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7-22 오전 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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