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무엇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징’이다. 당연히 독창적이고 느낌이 와 닿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이미 ‘상징’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최근 조계종이 발표한 ‘종단 문장(紋章ㆍ상징적인 그림으로 나타낸 표시)’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조계종을 상징하기에는 미흡하거나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조계종은 지난 9일 5년간의 작업 끝에 ‘삼보륜(三寶輪)’을 종단 문장으로 개발하고 여론 수렴을 거쳐 10월경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삼보륜이 윈이삼점과 구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원이삼점’은 삼보를 뜻하는 세 점(∴)을 선사상과 윤회를 뜻하는 원(○)안에 넣은 형태다. 여기에서 세 점은 ‘불ㆍ법ㆍ승’ 또는 ‘법신(法身)ㆍ지혜(大般若)ㆍ해탈(解脫)’의 법을 상징한다.
이 세 점을 감싸고 있는 원은 ‘일원상(一圓相)’ 또는 ‘원상’이라고도 한다. 일체중생의 불성은 본래 평등하다는 진리를 표시한 것으로, 선종에서는 우주의 근원을 일원상에서 찾으려 했다. 삼 점과 일원상을 합한 것이 바로 원이삼점이며, 보통 ‘삼보상’이라고도 한다. 현재는 보편적인 불교 상징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삼보륜이 원이삼점과 다른 것은 딱 한 가지다. 일원상에 ‘법륜’의 의미를 압축해 표현했다는 점이다. 원이삼점이 ‘삼 점+일원상’이라면, 삼보륜은 ‘원이삼점+법륜’인 셈이다. 그래서 삼보륜의 일원상 두께가 원이삼점의 일원상 보다 두껍다.
하지만 원 두께 만으로 원이삼점과 삼보륜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이미지가 똑같아 ‘상징’으로서의 가치에 대해서의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윈이삼점은 사찰 법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선학원과 불교방송의 문장으로 쓰이고 있다. 또 일원상은 원불교의 상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진철문씨(한국조형연구소 대표)는 “단순한 것은 좋지만 너무 일반적이다. 조계종의 상징이라면 이미지를 리드해야 하는데, 원이삼점을 쓰는 곳이 적지 않다”며 독창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고,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종회의 한 관계자는 “느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삼보륜은 ‘조계종 상징으로 봐달라며 느낌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첫 눈에 조계종 상징이라는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느낌을 강요하는 것이 된다”며 문양으로서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조계종의 설명은 다르다. 한국불교의 역사성과 선불교적 이미지를 반영하고 대중 친화적이면서도 조계종을 차별화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고 한국불교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장 개발에 따른 애로점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卍)자’나 ‘법륜’ ‘일원상’을 포함해 기타 탑이나 목탁, 염주 등 다양한 내용이 이미 불교적 이미지가 각인된 상태여서 개발에 응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는 것이다.
조계종은 최근 열린 본말사 주지연수에서 설문조사한 결과를 제시하며,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ㆍ경기ㆍ강원권과 충청ㆍ제주권 본말사 주지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삼보륜이 ‘종단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응답이 전체의 70% 가량 차지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20%, ‘종단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종단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응답자들은 ‘현재의 문양에 연꽃문양을 가미해야 한다’는 요구를 가장 많이 했으며, ‘단순하다’는 견해는 소수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