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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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전국 환경활동가 워크숍
#노고단에서 올리는 생명과 평화의 기도

노고단에서 도법스님과 함께 한 생명 상생ㆍ평화의 기도. 사진=박재완 기자
“우리 모두 하나의 그물 안의 그물코처럼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평화의 존재임을 깨달아 지리산에 잠든 영혼, 함께 사는 주민, 깃들어 있는 뭇 생명의 뜻을 받들어 한반도와 지구촌의 생명ㆍ평화를 위해 오늘 두 손을 모으고 기도 드립니다.”

7월 15일 지리산 노고단. 남원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 광주 선덕사 주지 행법스님을 비롯한 150여명이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반도 단전에 속하는, 이념의 대립이 극심했던, 남남갈등의 경계선인, 생명살림의 터전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지리산에서 뭇생명과 상생ㆍ한반도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양재성 지리산생명연대 운영위원장(45)의 지리산 소개에 이어 신용석 지리산국립공원 남부관리소장(46)이 환경 파괴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했다.

“지리산은 빨치산 토벌 작전으로 많은 산림이 훼손됐습니다. 노고단의 경우 8년 동안 휴식년제를 했더니 자연 스스로 생명력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전 모습을 되찾기위해선 15년 정도 더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이 기도를 이어받았다.

“환경을 가장 많이 파괴하는 건 바로 전쟁입니다. 현재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전쟁위험이 고조돼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이 나서 전쟁을 막아야 합니다.”

도법스님의 이야기를 끝으로 그들은 소리 없이 노고단을 내려왔다. 정복하기 위해 산을 오른 것이 아니기에. 반달곰을 비롯한 뭇생명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덜 가도록.

#집중마당, 토론마당
워크샵에서 생명의 존귀함을 나누는 참석자들. 사진=박재완 기자
14일부터 16일까지 남원 실상사에서 2003 전국 환경활동가 워크숍이 열렸다. 한국불교환경교육원,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지리산생명연대, 환경정의시민연대의 주관으로 열린 워크숍은 50여개 단체 300여명이 참석했다. ‘지리산에서 꿈꾸는 생명ㆍ평화의 세상’을 주제로 열린 워크숍 첫날은 도법스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우리시대 환경 현황과 새로운 방법론 모색’ 주제 토론으로 마무리됐다.

이틀째인 15일 새벽 지리산 노고단에서 생명과 평화의 기도를 한 환경활동가들은 오전 ‘생명위기시대의 진단과 반성’을 주제로 집중마당을 펼쳤다. ▲소모적 갈등에서 소통과 공감문화 만들기 ▲자치분권과 지역개발 ▲땅, 식량, 에너지-대안경제 ▲강 살리기-새로운 전환과 모색 등 4분야로 나뉘어 진행된 집중마당에서는 이정호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처장, 변홍철 녹색평론 사무구장 등이 나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활동가들은 오후에도 ▲새만금 그 성찰과 전망 ▲도로 건설과 환경파괴, 그리고 생태적 삶/사진전 ▲시민환경운동은 농업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지역, 지구화시대의 녹색경제 운동의 과제와 방향 ▲국립공원 자연환경해설 전망과 올바른 방향 모색 ▲환경운동의 여성리더쉽-평가와 과제 등에 대해 토론마당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선경 우이령보존회 사무국장은 “북한산 관통노선은 의정부와 서울의 접경지역에 인터체인지가 생기게 돼 현재에도 교통이 마비돼 있는 의정부의 교통난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체험마당
성륜스님의 지도로 '숲 속의 위빠사나'에 참가하는 환경운동가들. 사진=박재완 기자
“‘위’는 특별한 몇 가지 대상을 의미합니다. ‘빠사나’는 올바른 관찰을 지칭하구요. 따라서 ‘위빠사나’는 특별한 몇 가지 대상을 올바르게 관찰하는 것입니다.”

15일 오후 극락전 옆 대나무 숲에선 성륜스님(실상사 화엄학림 강사)의 지도로 체험마당인 ‘숲 속의 위빠사나’가 열렸다. 25명의 환경활동가들은 대부분 위빠사나 수행이 처음인 듯, 호기심어린 눈으로 스님의 강의를 경청했다.

“진실ㆍ현실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에는 부족함을 느끼면서 미래에는 풍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늘 지금 여기에 깨어있을 때’ 가장 궁극적인 진리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성륜스님의 강의가 끝나고 활동가들은 편안한 자세로 자리를 틀었다. 결가부좌를 한 사람, 양반다리를 한 사람, 눈을 반쯤 뜬 사람, 완전히 감은 사람 등등. 죽비 소리가 세 번 울리자 활동가들은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기 위해’ 허리를 곧추세우고 들숨과 날숨을 세기 시작했다. 20여분이 지나자 다시 죽비소리가 들렸다.

단전호흡을 수련한 적이 있다는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41)은 환경활동가들에게 수행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을 버리고 우리 모두를 위한다는 활동가들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성찰’입니다. 늘 상생과 조화를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하지만 때로는 개인적인 삶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행프로그램을 통해 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천연염색, 지리산 풀과 열매로 효소담그기, 건강 쑥뜸, 부황(대체의학) 배우기, 춤 명상, 빨치산과의 대화 등의 체험마당이 열렸다.

#문화마당
부황뜨는 법 배우기. 사진=박재완 기자
저녁 식사를 마친 활동가들이 다시 모였다. 문화마당인 ‘지리산자락 마을잔치’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행사는 ‘대보름 달빛아래 올리는 하늘제사’로 시작했다. 제사는 장회익 녹색대학 총장과 이정자 녹색미래 공동대표를 제주(祭主)로 분향과 취지문, 기원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아픔을 딛고 상처를 딛고 선 의연한 산 지리산의 이름으로 온누리의 한생명, 온생명에게 생명평화가 넘쳐나기를 기원합니다. 진정한 자유로 아름답기를 기원합니다.”

하늘제사에 이어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나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 놓았다.

“천민자본주의ㆍ개발독재 시대에 횡행하던 도깨비가 다시 날뛰고 있습니다. 이른바 개인소득 2만불 올리기 캠페인이란 것 말입니다. 우리가 개인소득 1만불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습니까.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자ㆍ농민을 짓밟고, 민주인사들을 감옥에 보냈습니다. 전 세계가 ‘지속가능한 개발’을 국가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는 지금, 대안없는 2만불 시대는 민족의 먹구름일 뿐입니다.”

나팔꽃 공연에 이어 백창우, 김원중, 김용택 등이 읊조리는 시와 노래는 지리산 자락을 밤늦도록 휘감아 돌았다.

2003 환경활동가 워크숍이 불교계에서 특히 사찰에서 열린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의 대답은 명쾌하다.

“불교사상과 정신을 시대에 실현하는 곳이 바로 사찰입니다. 또 그것이 사찰을 지은 본래 취지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로 펴기 위해선 사찰이 문을 열고 시대와 호흡해야 합니다.”

남원=남동우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3-07-18 오전 8:28:00
 
한마디
싀발 그먼예기야 미친넘아
(2004-09-04 오후 4: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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