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 문화 > 출판
성낙주씨 '문화재 창작소설' 새 장르 선보여
문화재 창작 소설? 처음 들어보는 신선한 장르다. 문화재와 소설이라는 두가지 요소에 대해 식견이 넓어야 가능한 것인 만큼 왠만한 글쟁이의 베짱은 아닐 듯 싶었다. 책을 받자마자 저자의 이름부터 확인해보면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 질 것 같다. 소설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의 문화재적 식견과 촌철살인과도 같은 필력만큼은 익히 알려 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로 동국대 국문과 출신이며 장편소설 <차크라 바르틴(살림)>, 평론 <석굴암을 위한 변명> 등을 내놓기도 한 바 있는 성낙주 교사(50ㆍ노원중학교)다.

‘아수라의 눈물’과 ‘시간위에 지은 집’ 등 두 권으로 구성돼 있는 이 책 하나씩에는 저자의 두 가지 욕망이 모두 담겨져 있다. 하나는 창작소설, 다른 하나는 평론 즉 문화재적인 해석이다. 그래서 각권의 전반부는 창작소설이며, 후반부는 평론적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후반부에 적고 있는 소설속 문화유산의 진지하고 무게있는 해석(저자는 낯설게 보기, 꿈꾸기로 표현)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미술 평론서 구실을 하고 있다. 그것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오랜 연구와 모색위에 축조된 튼실한 구조물이라는 것을 저자는 글속 곳곳에서 확인시켜 준다.

기존학계의 통념과 통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문화유산 하나하나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서산마애삼존불(국보 184호)은 원시적 어둠의 오랜 누습(陋習)과 전란으로 말미암은 인간 질곡의 부정을 떨쳐버리고 밝고 화사한 인간 증명의 세계를 표현한 영겁의 바위가 부르는 ‘생명찬가’로 형상화시켰다. 첨성대도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틀을 완전히 깬다. 첨성대에 관한 평론 ‘우주의 우물-선덕여왕의 성체(聖體)를 읽어보면 첨성대 내부로 통하는 층계가 없는 것으로 보아 실용적인 가치보다는 상징적 역할 쪽에 무게중심을 둔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덕대왕 신종 흔히 말하는 에밀레종 전설에 대한 전설도 기존 것과 완전히 다르다. 보시할 것이 없자 어린아이를 내주었다는 것에 과감한 비판의 칼을 들이대며 그 설화는 당시 혜공왕과 모후에 대한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경주 분황사도 향기로운 황제의 절에서 원효대사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한도는 완당 김정희의 삶을 추상화 한 것으로, 영주 부석사는 고대 동양 삼국을 뒤흔든 러브로망의 터전으로 해석하는 등 일찍이 제기된 바 없는 새로운 해석을 펼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외에도 지상에서 가장 빛나는 꽃송이 둘이라고 표현한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 고대 목조건축기술의 절정인 ‘황룡사 9층탑’, 학을 자식으로 기르던 선녀(仙女)의 환생으로 본 ‘고려상감청자운학문매병’ 등은 저자 특유의 풍부한 상상력과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대목들이다.

저자는 “그동안 이 땅의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넘쳐나는 듯이 보이지만 대부분 고정관념과 부정확한 인식에 매몰된 채 그것들의 의미를 재창조하거나 현재화하려는 노력은 미흡했다”며 “우리는 적지 않은 빚을 문화유산들에게 지고 있는 셈이며 그것들을 자유롭게 변주해 낼 수 있는 소설이란 유용한 장르를 통해 많은 유산들을 색다른 방법으로 용해시키고 싶었다”고 출판 의도를 설명한다.

문화재 창작소설 Ⅰ‘아수라의 눈물’, Ⅱ ‘시간위에 지은 집’
글 성낙주, 그림 하경옥
창조문화
각권 7천5백원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07-16 오전 8:35: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9.1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