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강원 교육과정으로는 불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시대적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 기본교육기관에서 수학하고 있는 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통 강원의 교육체계를 돌아보는 학술대회가 전국승가학인연합(전승련) 주최로 7월 11~12일 중앙승가대에서 열렸다. ‘승가교육과 한국불교’를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무여스님(축서사 조실)과 정련스님(내원정사 회주)의 법어와 ‘승가교육으로 본 한국불교’ ‘강원교육과 수행환경’ ‘불교의 사회참여’ 등 소주제별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승가 교육체계와 교육환경, 교과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통해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350년동안 변하지 않는 전통 강원의 교육체계에 대한 학인들의 변화의 요구가 여실히 나타났다.
해월스님(동화사강원 강주)은 ‘강원교육, 불교를 알 수 있는가’란 주제의 논문에서 “사미, 사집, 사교, 대교과의 교과목으로는 역사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불교를 알 수 없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삼보와 역사성, 실천성, 현실성을 중시한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경스님(송광사강원 학감)도 올바른 강원교육을 위해서는 한문교재식 한글화, 승려 자질 향상을 위한 교과목 배치 등 교과목 다양화, 주지 등 외부인사의 인식 변화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문스님(중앙승가대 불교학과)은 교과목의 전문화, 교수법의 과학화, 정보화 관련 교과목 강화, 교과목의 다양화 등 교과과정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수행공동체와 강원’을 주제로 발제한 흥선스님(직지사강원 강주)은 “강원 학인들 사이에서 유지되는 질서는 모범과 합리적 설득, 그에 따른 자발적 순응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힘과 권위에 기댄 강요와 굴종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고 강원운영의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흥선스님은 “바람직한 승가상 확립을 위해 무소유, 평등, 노동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며, 교육과 수행의 장인 강원에서부터 확립, 정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원의 강압적인 교육방식과 열악한 교육환경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제행스님(쌍계사강원 사교과)은 “강원 교육시설과 환경이 미흡하고, 대중생활에서 감정적인 언어나 군대식의 강압도 학업성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교육환경의 개선과 승려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과과정으로 재편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승련은 전국 20여 강원과 동국대, 중앙승가대에 재학중인 학인 1,800여명으로 구성된 기구로, 매년 학술대회와 승가학인대회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