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미래의 과학이 탐구해야 할 주제들을 그 안에 가지고 있다.” ‘불교에도 이런 과학적인 것이 있다’는 식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현대 과학과 불교의 만남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고려대장경연구소(소장 종림 스님)가 7월 8일 강원도 문막에서 개최한 워크숍 ‘불교의 과학과 철학(Science and Philosophy in Buddhism)’이다. 10월께 같은 주제로 있을 학술 세미나를 위한 사전 토론회 성격을 띤 이 자리가 관심을 끈 것은 ‘불교와 과학의 만남이란 자리를 통해 과학을 이용해 불교가 빛을 보려 한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기존 논의를 거부한다는 데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불교‘와’ 과학이 아닌 불교‘의’ 과학이란 워크숍 제목에도 들어있다는 것이 이날 모임의 좌장 격인 소흥렬 교수(포항공대)의 설명이다. “‘불교의 과학’은 엄밀한 의미의 과학이 아니다. 과학의 발전에 의해 엄밀한 과학으로 흡수될 수 있는 ‘메타사이언스(Metascience)’이다. 메타사이언스는 현대 과학의 한계를 넘어선 문제들을 제기하는 영역이고 첨단 과학이 미래의 과학으로 내다보는 문제의 영역이다. ‘불교의 과학’이란 말 속에는 불교는 미래의 과학을 종교적 진리 속에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 들어 있다.”

최종덕(상지대, 자연철학) 이상하 (계명대, 과학철학) 양형진(고려대, 물리학) 교수 등 과학 분야 전공자들이 발제를 맡고, 김성철(동국대) 허인섭(덕성여대) 현남규(제주대) 등 불교학 전공자들이 토론자로 나선 것도 ‘과학을 향한 불교의 짝사랑’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최종덕 교수는 현대과학의 첨단을 가는 양자역학과 불교의 연기론이 유사함을 살펴봤다. “양자역학에서 대상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찰(측정)을 통해 비로소 드러난다. 결국 공간적으로 서로 떨어진 체계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상관성을 보이는 공동의 한 체계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때문에 불교의 인드라망이나 화엄사상과 연결시키는 많은 시도들이 있어왔다.”

이상하 교수 역시 “현대물리학이 불교인들을 자극할 수 있는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운동 이전에 먼저 주어진 실체로서의 시간과 공간 개념을 없애버림으로써 사전에 전제된 혹은 본질적 개념을 거부하는 불교와 유사함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그렇다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여전히 자연법칙이 불변하고 보편적이라는 지침서를 전제에 깔고 탄생한 이론이기 때문에 완전히 불교적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 역시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양자상태와 인드라망의 상태가 같다는 말을 통해 현대 양자역학의 이론이 이미 불교에 다 들어 있었고, 따라서 그런 이유 때문에 불교의 사상이 위대하다는 주장을 한다면 불교 스스로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고 말했다.

소 교수는 “불교를 현대과학과 고전적 철학을 수용하는 종교로 이해하면서 불교적 세계관을 새롭게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며 “‘불교의 과학과 철학’이란 주제는 이러한 해석을 시도해 보자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