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전국의 사찰들은 사람들로 분주해 진다. ‘짧은 출가, 긴 깨달음’을 얻기 위한 사찰수련회에 많은 이들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대개 사찰 수련회는 새벽예불로 시작해 참선, 울력, 108배 등 스님들이 산사에서 생활하는 것과 똑같은 일정으로 짜여있다. 그래서 근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중도에 탈락하거나 힘들어 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속리산 달마선원(원장 범주 스님)이 7월 15일부터 8월 10일까지 2박3일씩 5회에 걸쳐 여는 ‘여름명상캠프’는 초심자들에게 적합한 사찰 수련 프로그램이다. 문화 체험을 통한 명상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명상캠프에 참가하면 우선 ‘동해의 소리’부터 배운다. ‘동해의 소리’? 생소하겠지만 전통불교음악과 사물이 어우러진 신명나는 불가의 가락이다. 현재는 맥이 거의 끊겨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과거에는 불교의식과 행사에서 많이 쓰였다. 유일한 이수자인 종산 스님(울진 선다향 예술원장)의 지도로 북을 두드리며 소리를 배우고 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도 춘다.
달마선원의 명상캠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부터 월 2회씩 주말을 이용해 꾸준히 해오고 있다. 신청인원이 많지만 아직은 공간이 협소해 1회당 30명 정도만 받는다. 종교를 초월해 일반인들도 쉽게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인지 다른 종교인들도 많이 참여한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도 그중 한사람이다.
행사를 기획한 범주 스님은 “인내심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는 정적인 참선보다는 문화이벤트를 통한 동적인 명상이 훨씬 더 받아들이기 쉽다”며 “참가자들의 몸 속에 쌓여있는 모든 번뇌와 망상을 흥겨운 소리와 춤을 통해 완전히 털어 낸 후 정적인 명상에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에서 이번 캠프에서는 문화 프로그램을 먼저 진행한다”고 설명한다.
한바탕 흥겨운 소리 배우기가 끝나면 고요한 명상 음악을 틀어 놓고 위빠사나에 들어간다. 물론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그대로 관하십시오”라는 내용의 위빠사나 수행법을 일러준다. 이어 다음날에는 속리산의 고요한 새벽숲길을 걸으며 명상을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반드시 묵언정진을 해야 한다는 것. 자연을 보고 느끼며 자연과 하나되는 연습을 하기 위함이다. 이어 30여년간 달마도를 그려온 범주 스님이 ‘달마도 그리는 법’ 시범과 강의를 하고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외에도 선문화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영상 기록물을 감상하는 순서도 진행된다. 참가비 5만원. 선착순 30명. (054)535-0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