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인문학에 바탕을 둔 현대의 ‘문헌학적’ 불교학은 오늘날 불교학이 이만큼이라도 존립할 수 있게 한 공로자이긴 하지만 전통적 불교신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서구 인문학에 바탕을 둔 현대불교학에 메스를 들이대며 불교학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문헌학적 연구가 불교학의 전부인가”를 비판적으로 다룬 글이 잇달아 발표돼 관심을 끈다.
강종원(동국대 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과정 수료)씨는 최근 나온 계간 <불교평론> 2003 여름호(통권 15호, 불교시대사)에 발표한 ‘철학함과 문헌학 : 불교학 방법론에 대한 성찰’에서 “지금까지 소위 ‘불교학’이라고 부르는 학문 활동에서 주류적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문헌학이 불교학에 있어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이긴 하지만 전부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강 씨는 먼저 이제까지 ‘불교철학자(Buddhist philosopher)’라 불린 불교학자들이 실은 단순히 문헌학을 해온 ‘불교철학사가(the history of philosophy)’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자료를 수집에서 시작해 자료 분석으로 끝나는 ‘문헌학’은 불교학의 최종적인 목적지가 될 수 없다. ‘분석과 해석’이라는 ‘철학(함)’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이어 강 씨는 “‘어떻게 하는 것이 훌륭한 문헌학적 활동을 하는 것인가’를 아는 것만큼 ‘어떻게 하는 것이 훌륭한 철학적 활동인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른바 ‘짜깁기의 철학’이라는 폐단이 파생한다”며 “이러한 사실에 대한 자각이야말로 미래 불교학의 향방을 결정하는 결정적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강 씨는 “불교도가 아닌 불교학자는 ‘불교철학사가’가 될 수는 있지만 ‘불교철학자’라고 할 수는 없다”며 “‘불교철학자’는 ‘철학함’이라는 활동을 하는 동시에 자신이 옹호하고자 하는 신념체계가 불교인 학자”라고 밝혔다.
하버드대학 동아시아 문명과 언어학과를 수료하고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용(영남대 객원교수)씨가 반년간 <종교문화비평 3호>(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 기고한 ‘학문의 이종교배 : 왜 불교신학인가?’는 ‘문헌학’을 꽃피운 서구에서 최근 일고 있는 불교학 연구에 대한 자기 성찰의 태도를 소개한 글이다.
이 씨에 따르면 문헌과 자료를 해석하는 학자들의 책상 위에만 존재하는 대상물이 된 불교가 학문의 대상을 넘어선 ‘삶의 한 방식’이며 ‘존재양식’이라는 비판의 결과 나온 새로운 시도가 바로 ‘불교신학(Buddhist Theology)’이다. 이는 곧 과거 지향적 문헌 속에 갇혀 있던 불교를 현장의 것으로 문제시 한다는 전제가 깃들어 있는 것이며, 문헌학ㆍ비판적 관점ㆍ현대적 해석이라는 신학적 틀을 흡수하여 종교로서의 불교의 역할을 재생시키려는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씨는 ‘불교 유물 지킴이’의 역할을 했던 불교학자들의 입장을 삶의 한 양태로 전환시키려는 과정이 불교신학 창안의 배경이라며 이는 “불교의 학문적 추구의 궁극적 관심이 지식 획득에 있는 것이라기보다 삶의 변모적 수행에 있음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